'공수처 1호 기소' 김형준 전 부장검사 "공수처 증거 신빙성 떨어져"

'공수처 1호 기소' 김형준 전 부장검사 "공수처 증거 신빙성 떨어져"

이세연 기자
2022.06.08 17:13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사건 첫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사안이다. 2022.4.22/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사건 첫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사안이다. 2022.4.22/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한 첫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 재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 측이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8일 각각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 변호사의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기존에 제출된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술집에서 박 변호사만 결제했다는 A씨의 진술이 공수처 기소의 주된 근거가 됐는데, 두 사람이 함께 술집에 갔을 때 늘 A씨가 같이 있던 건 아니었다"며 "카드 결제 내역에 비추어보더라도 두 사람은 번갈아 계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가 향응·접대의 근거로 든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 중 고발인 김모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김씨의 진술은 추측에 의한 진술이 많이 있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 측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증거 동의를 했지만 적법한 증거인지, 제출한 증거가 과연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뇌물 사건은 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건데 외부인들의 증언이 증거에 대거 포함됐다"고 했다.

이어 "김 전 부장검사가 돈을 반환했다는 내용 등 공수처의 기소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증거가 발견됐음에도 모두 증거로 제출해준 것은 사실 좀 감사하다"며 "돈을 돌려받았다고 인정하지 않는 건지, 인정하지만 뇌물이라는 건지 입장정리해달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측은 "모든 증거를 제출해야 객관적인 상황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금품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차용이라고 주장한다면 사실상 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고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의견이다.

재판부는 공수처 측에 "공소장에 사건을 후배 검사에게 배당했다고 했는데, 당시 합수단장이던 김 전 부장검사가 배당에 대한 권한이 있었는지 배당 자체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의견서를 달라"고 요청했다.

또 "저번 공판에도 말했다시피 김 전 부장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

두 사람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8월19일 열릴 예정이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 전 부장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박 변호사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재직 당시, 수사를 받던 박 변호사에게 2016년 3~9월 수사 편의를 제공하고 1100만원 정도의 금품과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장검사는 당시 박 변호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배당받았다. 박 변호사는 김 전 부장검사의 검찰 동료였다.

사건 당시 김 전 부장검사는 인사이동으로 증권범죄합수단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인사이동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하고, 자신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던 김씨의 횡령 사건 변호를 박 변호사에게 부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인사이동 직전이라 사건 처분 권한도 없었고, 접대 등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공수처는 대법원 판례상 '직무'란 과거 담당했던 직무도 포함되기 때문에 인사이동 직전이었다는 사실은 혐의 성립과 무관하고, 접대·금품 수수로 인해 검사 직무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됐기 때문에 뇌물 혐의가 충분히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7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뇌물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김씨가 2019년 10월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듬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2021년 6월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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