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복에 방사능 없어"…억대 빚더미 신안어부의 호소 [르포]

"우리 전복에 방사능 없어"…억대 빚더미 신안어부의 호소 [르포]

신안(전남)=양윤우 기자
2023.07.20 14:00
1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가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양윤우 기자
1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가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양윤우 기자

"'핵 오염수 방류, 어민들 폭망' 같은 무분별한 플래카드에 어민들만 희생당합니다. 제발 멈춰주십시오. 신안 수산물 안전합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62세·남)의 말이다. 19년간 양식장 사업을 해 온 정씨는 올해가 최대 위기라고 했다. 지난 5월부터 매출이 40% 준 데다 전복 가격도 폭락해서다. 정씨의 양식장에는 지난해 9월~10월 출하돼야 했던 약 1억5400만원 상당의 전복 7톤이 아직도 재고로 남아있다.

결국 정씨는 운영하던 직판장을 지난 16일 폐업했다. 월세와 전기세 등 월 200만원에 달하는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정씨는 "직판장에서 매달 400~500㎏ 정도 팔렸는데 지금은 80㎏도 안 팔린다"며 "5년 전부터 수요가 서서히 감소하다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이젠 완전히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남은 것은 전복과 빚뿐이다. 정씨는 "재고가 안 팔려 현금이 안 들어오는데 사료비와 인건비 등 지출은 계속 발생한다"며 "사업하면서 올해 처음 빚이 생겼다. 빚만 1억8000만원으로 내년에도 이 상황이 지속되면 파산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끔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며 "출하되는 제 전복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력히 해달라. 국민들이 안심하고 드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의 양식장. 출하됐어야 되는 전복 98칸(7톤)이 재고로 쌓여있다./사진=양윤우 기자
1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의 양식장. 출하됐어야 되는 전복 98칸(7톤)이 재고로 쌓여있다./사진=양윤우 기자

19일 KAMIS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당 전복 가격은 지난달 기준 평균 3만2730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대비 11.7% 떨어졌다. 전복 가격은 지난 1월 3만7089원을 시작으로 △2월 3만6492원 △3월 3만4689원 △4월 3만3534원 △5월 3만2729원 등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소비자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진도군 주민 최모씨는 "전복 양식장이 최대로 많은 이곳에서도 오염수 공포심에 요즘은 아예 사 먹지 않는다"며 "가격이 30% 정도 떨어져서 너무 싸다 싶은 정도"라고 했다. 그는 "비쌀 때는 4만~5만원이던 전복 10미(尾)를 엊그제 2만7000원에 샀다"며 "이렇게 팔면 사룟값은 나올까 걱정될 정도로 낮은 가격"이라고 했다.

전복을 세는 단위인 '미'는 1㎏에 전복이 몇 마리 들어가느냐를 뜻한다. 10미라고 하면 1㎏에 10마리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오래 자란 큰 전복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전복 양식장은 투입 비용이 크다"며 "바다에 띄우는 가두리 제작 비용으로 수억 원이 들어가고 종잣값에도 매년 수천만 원씩 쓰인다. 2만7000원에 팔면 유지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소비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소비 둔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신안군전복협회 관계자는 "원전 오염수 보도가 쏟아지니까 이제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최소 2~3년은 소비 절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염수 방류 전인데도 전복 수요가 낮은 상황"이라며 "업주들이 기기로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해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체가 없는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 모양새"라며 "명확한 증거를 갖고 먹을지 안 먹을지 판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1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가 재고로 쌓인 전복 1칸을 보여주고 있다. 출하됐어야 되는 전복 98칸(7톤)이 재고로 쌓여있다./사진=양윤우 기자
1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영규씨가 재고로 쌓인 전복 1칸을 보여주고 있다. 출하됐어야 되는 전복 98칸(7톤)이 재고로 쌓여있다./사진=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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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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