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기저귀값 때문에…중고거래하고 배달 음식 끊는 산모들

분유·기저귀값 때문에…중고거래하고 배달 음식 끊는 산모들

김지성 기자, 정진솔 기자
2023.11.15 05:00
14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 유아용품 코너. /사진=정진솔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 유아용품 코너. /사진=정진솔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의 아동복 코너.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박모씨는 14개월 된 아이를 위한 내복을 고르다 가격표를 확인하고 이내 옷을 내려놨다. 박씨는 "내복 세트에 4만원은 하는데 아기들은 금방 크니 한철밖에 못 입혀 고민이 된다"며 "할인용 상품이 있는 매대에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동복과 분유 등 영유아가 소비하는 물품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부모들은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고 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배달 음식 주문 등 다른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활비 절감에 나선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영유아 가구가 주로 소비하는 11개 상품·서비스 중 절반이 넘는 6개 품목의 올해 1∼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3.7%)을 웃돌았다. 11개 품목은 분유, 이유식, 유아동복, 유아용 학습교재, 아동화, 종이 기저귀, 장난감, 유모차, 유치원 납입금, 보육시설 이용료, 산후조리원 이용료 등이다.

특히 유아동복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상승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5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이 기간 기저귓값은 1998년 외환위기(10.6%) 이후 최대 상승 폭인 9.6%을 기록했고 분유도 2012년 이후 최대 폭인 6.3% 올랐다.

실제 아이를 둔 주부들은 체감 물가가 이보다 훨씬 높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구에서 38개월, 20개월 된 두 아이를 키우는 원모씨(38)는 "'핫딜'이라고 할인하는 물품도 살만하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육아용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기저귀는 한 팩당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액상 분유는 2만8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오르더니 지금은 3만9000원이 됐다"고 말했다.

마트 직원들 사이에도 육아용품 물가가 화두다. 장난감 코너 직원 오모씨는 "아무래도 마트 안에 있으니 가격 비교가 쉬운데 판매자들 사이에서도 아동복, 분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14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정모씨(32)는 맞벌이 가정이지만 최근 배달음식 앱을 지웠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 때문이다. 정씨는 "요즘 기저귀 한 장에 430원인데 작년엔 220원 정도였다"며 "매달 기저귀에만 5만~6만원이 들고 아기용 세탁 세제, 분유, 이유식, 옷, 양말 등 생필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60만원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 부모들 사이 'ㅎ마트에서 기저귀 1+1 할인행사를 한다더라' 등 정보를 공유하고 기저귀를 사기 전에 중고거래 앱에 미개봉 기저귀가 없나 검색하곤 한다"며 "맞벌이 가정인지라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는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 배달음식을 끊은지 오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가공식품 32개 품목 가운데 24개 품목이 전년 대비 가격 상승을 보였다. 부문별로는 가사용품(12개 품목) 35개 제품 중 23개 가격이 올랐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아동복, 기저귀 등 육아용품 또한 전체 물가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한 마트. 2023.11.14.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가공식품 32개 품목 가운데 24개 품목이 전년 대비 가격 상승을 보였다. 부문별로는 가사용품(12개 품목) 35개 제품 중 23개 가격이 올랐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아동복, 기저귀 등 육아용품 또한 전체 물가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한 마트. 2023.11.14.

영유아는 피부가 예민하고 소화력이 약한 탓에 통상 저마다 잘 맞는 기저귀와 분유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자주 쓰는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대체재를 찾기보다는 오른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

경기 하남에서 2살 된 딸을 키우는 한모씨(30)는 "애기 엉덩이에 발진이 생기곤 하니 잘 맞는 기저귀를 찾기 어렵고 한번 정착한 기저귀를 쭉 쓰는 경우가 많다"며 "쓰던 브랜드의 기저귀 가격이 오르면 '오르나 보다' 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3살 된 아들을 키우는 이정화씨(36)는 "분유는 처음에 아이가 잘 먹는 것 같다가도 토하거나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분유를 바꿔줘야 하니 돈이 2배로 든다"며 "동네에서 아이 양육하는 엄마, 아빠들 만나면 '돈이 많이 든다. 다시 일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9)는 "2018년생인 큰 아이 때와 13개월 된 작은 아이 키우는 지금 육아용품 물가를 비교하면 안 오르는 게 없을 정도"라며 "아동복은 비교적 저렴한 SPA 브랜드로 옮겨갔고 장난감은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수록 교육비가 늘 텐데 이래서 한명만 낳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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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솔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정진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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