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권 훔친 50대는 '사망자'였다?…34년 만에 새 삶 찾은 사연

[단독]복권 훔친 50대는 '사망자'였다?…34년 만에 새 삶 찾은 사연

정경훈 기자, 이병권 기자
2023.12.14 17:04

30여년 동안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 살아온 '무적자'가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주민등록을 회복하고 복지 지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수사 도중 사회적 약자를 발견할 경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역 변호사회와 공익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주현)는 절도 혐의를 받는 50대 A씨를 최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사안이 경미하거나 참작할 만한 피의자의 사정이 있을 경우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A씨는 지난 6월 구매자가 복권판매점에 두고 간 3만원 상당의 스포츠 프로토 티켓을 훔친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미등록 상태인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1989년 가출한 뒤 사망신고가 됐고 가족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주임 검사인 김효준 검사와 김세권 검찰주사보는 A씨와의 면담을 통해 제적등본을 확인해 인적 사항을 특정한 뒤 A씨의 형제를 찾아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민등록을 복원하려고 하다가 법률적인 부분이 어려워 그만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34년 동안 무적 상태로 살면서 기초적인 국가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일용직으로 일했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고 한다.

복지 지원을 위해선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야 했지만 검찰에 청구권이 없어 지원이 쉽지 않았다. 평택지청은 지난 10월25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와 '공익적 비송사건 MOU'를 체결하고 A씨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정했다.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은 이다민 법무법인 선린 변호사가 맡았다.

검찰은 주민센터와 시청에 의뢰해 A씨에게 사회복지 전산 관리번호를 부여한 뒤 긴급생계지원, 생필품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A씨에게는 3~6개월 동안 월 62만3300원이 지원된다. 주민센터에서는 쌀과 적십자 구호 물품, 밑반찬 등을 지원했다. 민간 봉사 단체에서도 서랍장, 주방용품 등을 제공했다.

절도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A씨에 대한 '보호조건부 기소유예를 통한 직업훈련, 심리상담 등 취업 교육'을 의뢰했다. 검찰은 A씨의 주민등록번호가 회복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긴급 매입임대 주택 신청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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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경훈 기자입니다.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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