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시간에도 문 잠겨 이용 못해…노인정·복지관 대부분이라 문턱 높아

"여기가 무더위 쉼터라고요? 처음 알았네요."
5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장애인복지관 1층 카페에서 만난 김모씨(74)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아이스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휴대전화를 바라보던 중이었다.
김씨는 "장애 학생들을 보조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잠시 시간이 나서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무더위 쉼터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곳이 무더위 쉼터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에 마련된 실내·외에 마련된 무더위쉼터는 6만1196곳이다. 서울에만 4170곳에 달한다.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며 정부가 '무더위 쉼터 운영' 등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무더위 쉼터에 대한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더위 쉼터가 노인정과 복지관 위주로 운영되면서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종로장애인복지관은 1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쉬다 갈 수 있다.
이날 1층에 마련된 안내데스크에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러 왔다'고 하자 3층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3층에서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3층에서 만난 복지관 관계자는 "건물 1~4층까지 무더위 쉼터로 이용할 수 있다"며 "물을 마시거나 로비에 마련된 좌석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위를 피하려는 외부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차모씨(79)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을 자주 지나는데 더위를 피하려 굳이 가볼 생각은 안 해봤다"며 "무더위쉼터를 보면 경로당이 많던데 이미 그곳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으니 선뜻 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70대 전모씨도 "나이가 들었어도 아직 경로당에 갈 마음은 안 든다"며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지만 마음의 문턱이라는 게 있지 않냐. 차라리 공원에 가 나무 아래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종로구에 있는 또 다른 무더위 쉼터인 청운경로당은 낮 12시30분쯤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잠금을 해제해야 경로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나온 이용 가능 시간은 평일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으나 문을 두드리고 잡아당겨도 인기척이 없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시민이 있어도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청운경로당에서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86)는 "무더위쉼터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봤다"며 "지나가다가 안내문을 보면 들어가 보겠지만 걸어 다니면서 안내문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청운경로당 문 앞에는 '무더위·한파 쉼터'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무더위쉼터 이용과 관련해 문의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적혀있었다. 해당 번호로 연락해봤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시설에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는 시민도 있었다. 종로구 효자동에서 만난 50대 박모씨는 "요즘 또다시 코로나19(COVID-19)가 유행한다고 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 장소는 꺼려진다"며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무더위 쉼터를 이용해 본 시민들은 홍보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주부 황모씨(49)는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무더위 쉼터 정보가 공유돼 종종 이용한다"며 "애매하게 시간이 뜰 때 무료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홍보가 좀 더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