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소아 폐렴 진단 시 CT 검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의 급여청구 내역을 조사할 방침이다. 필요 이상으로 CT 촬영을 많이 했다며 또 다른 '과잉 진료' 내역은 없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호흡기 감염병이 확산하며 소아 폐렴이 급증한 상황에서, 전체 환자의 0.4%만 시행한 CT 촬영을 근거로 행정처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0~11세 소아 폐렴 환자는 102만여명에 달한다. 이 중 CT를 찍은 소아는 4200여명으로 1년 전 1400여명의 3배 가까이 늘었다. 소아 폐렴 환자 30% 이상에게 CT를 촬영한 의료기관은 22곳으로, 건보공단은 2차 소아청소년병원을 포함한 이들 병원에 대해 다른 급여청구 내역까지 확인한 후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 등을 의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CT 촬영 횟수만 보고 '과잉 진료'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보다 CT 촬영이 늘어난 것은 폐렴 자체가 급증한 게 가장 큰 이유란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인플루엔자(독감), 감기 증 호흡기 감염병이 급증해 폐렴도 덩달아 늘었고, CT 촬영이 필요한 환자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의 주장처럼 폐렴 진단을 위해 불필요하게 CT를 찍었다면 전체 폐렴 환자 대비 0.4%에 불과한 CT 촬영 비율이 훨씬 더 높아야 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실제 건보공단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발생한 12세 미만 폐렴 환자 수는 57만6834명인데 지난해 상반기에만 37만8894명이 폐렴으로 병원을 찾았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경우 2023년 전체 환자(2만5281명)보다 2024년 상반기에 발생한 환자가 3만4591명으로 오히려 더 많다.

폐렴은 청진기로 폐의 소리를 듣고 진단하기도 하지만 흉부 CT를 찍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임상 증상이 악화하거나 호흡곤란, 저산소증이 지속될 때 △폐농양, 기흉(폐 구멍) 등 합병증이 의심될 때 △임상 증상이 독특하고 X선으로 확진이 어려운 환자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에 실패하거나 △동일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폐렴이 발생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소아청소년 전문의 A씨는 "지난해는 한때 소아 폐렴 환자로 병동이 '풀 베드'(full bed)일 만큼 환자가 많았다"며 "1차 병원에서 진단이 어려워 환자들이 어느 정도 진행한 상태로 병원을 찾는데 X선 검사로는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그만큼 많다. 예전 같으면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냈을 테지만 환자도 너무 많고, 받아줄 수 있는 병원도 없어 책임지고 치료하느라 CT 촬영도 늘어난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사전에 CT를 왜 찍는지, 어디가 어떻게 문제라서 찍어야 하는지를 다 설명한다. 아이가 CT 촬영하면 맘카페에서 문의와 답변이 활발히 이뤄지는데 이곳에서도 문제 삼지 않는다"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으로 소아청소년과나 내과는 코로나19 때보다 오히려 더 고생했는데 화가 많이 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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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사진=[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1/2025012009091157931_4.jpg)
일각에서는 건보공단이 사상 첫 건강보험료 2년 연속 동결과 의정 갈등 지속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우려에 '병·의원 옥죄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병원이나 의원은 예상보다 (건보) 지출이 늘었다"고 말한 데 이어 공개적으로 "폐렴은 CT로 진단하는 병이 아니다. 소아 폐렴에서 CT는 거의 금기사항"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출신으로 이번 소아 폐렴 환자 CT 촬영 분석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모든 폐렴에 CT를 루틴(기본)으로 찍었겠느냐"며 "최소한 의사라면 다른 의사의 진단과 치료 과정은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증명할 수 있기 전에는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필수 과 교수 B씨도 "모든 의사가 청진과 X선만으로 병을 진단한다는 것은 어렵다. 또 그것만으로 폐렴을 놓쳐 환자가 위험에 빠지면 의사가 법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죄책감 등 정신적 고통으로 필수과를 떠날 수도 있는 문제"라며 "문제없는 환자에 CT를 찍은 것이 확인됐다면 모를까, 촬영률이 0.4%에 불과한데 이전보다 늘었으니 규제한다는 것은 무리하고 지나친 주장"이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