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세 전쟁, 어떻게 될 것인가

[기고] 관세 전쟁, 어떻게 될 것인가

박정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2025.05.14 04:55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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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삽화./사진=김현정 디자이너 기자
달러 삽화./사진=김현정 디자이너 기자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에게 관세는 낯선 세금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관세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히 관세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관세는 고대 로마 제국에서도 시행되는 등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소득세는 물론 법인세나 부가가치세의 역사가 길지 않은 점과 대비된다. 상품이 국경을 넘거나 주요 도시 간 이동할 때 통행지점에서 거두는 방식으로 관세가 시작됐다. 소득세나 법인세는 일정 기간의 소득을 파악해야 하고 부가가치세 역시 사업자 사이의 거래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보 파악은 쉽지 않은 문제다. 반면 관세는 상품의 이동 경로에서 이동하는 상품을 파악하기만 하면 되므로, 관세 부과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징수도 용이하다. 이 때문에 관세는 오래전부터 시행 가능했다.

근대에 들어 관세는 무역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제도가 설계되고 시행됐다. 관세 문제는 한 나라의 조세정책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국제적인 문제다.

대표적인 예로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들 수 있다. 미국은 대공황 초기인 1930년대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만여 개의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를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시행했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유럽 각국의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불러일으켰다. 유럽 각국 역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세계 무역량은 빠르게 감소했고 세계 경제는 대공황에 빠졌다.

관세를 부과하면 경제적 효율성이 저하된다. 예컨대 A국에 위치한 기업이 더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경우 B국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자 A국 기업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효율성이 낮은 B국 기업의 생산이 늘어나는 반면 효율성이 높은 A국 기업의 생산이 줄어든다. 이러한 경제적 효율성 저하는 관세의 대표적인 단점이다. 또한 B국의 소비자들은 관세 부과로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을 사게 되어 소비자 후생의 손실도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상대국이 대응하여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관세는 인기 있는 정책인 경우가 많다. 위 사례에서 B국의 기업들은 관세 부과로 보호되어 생산량이 증가하는 효과, 즉 국내 산업 보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B국 정부는 관세를 거두어들임으로써 재정수입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관세 부과로 B국의 국제 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B국 국민들은 관세 부과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고, 정치인들 입장에서도 관세 부과를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이 대공황 초기인 1930년대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하여 시행한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 유럽 각국의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불러일으키고 경제공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폐지되지 않은 채 지속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의 부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하여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상대국들은 한편으로는 협상하고 한편으로는 보복관세 부과로 맞대응했다. 가히 관세 전쟁이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여론도 많지만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여 지지하는 여론도 상당해 보인다. 트럼프는 13일 '제네바 경제 무역 회담 연합 성명'을 통해 지난 2월 이후 계속 올려온 미중 간의 관세를 90일간 낮추는 데 합의했다. 잠시 관세 전쟁이 유예된 것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볼 때 관세 부과에 관한 미국 내의 지지여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지여론을 등에 업고 관세 부과 정책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세 전쟁의 향후 추이, 그 가운데 우리나라의 현명한 대응 방안이 궁금해진다.

법무법인 화우 박정수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화우 박정수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화우

[박정수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주요 업무 분야는 조세·관세 및 행정소송 등이다. 2001년 대전지법 판사로 시작해 인천지법, 서울북부지법을 거쳐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쳤고 2011년 대법원 조세공동연구관실에서 재판연구원으로 활동해 조세 분야에서 정통한 전문 법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창원지법 부장판사 겸 연구법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현재 화우 조세쟁송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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