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에도 이제 안심"…경찰서에서 들린 아이들 웃음소리, 이유가

"훈련에도 이제 안심"…경찰서에서 들린 아이들 웃음소리, 이유가

민수정 기자
2025.07.09 16:06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 만들어진 육아N오피스 모습. 이날 오후 안진순 경사와 유혜연 경위는 자녀들을 데리고 오피스에 왔다./사진=민수정 기자.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 만들어진 육아N오피스 모습. 이날 오후 안진순 경사와 유혜연 경위는 자녀들을 데리고 오피스에 왔다./사진=민수정 기자.

"다음 달 훈련이 있어서 밤을 새워야 하는데 야간에 잠깐이라도 아이를 데려올 수 있어 마음이 놓여요."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안진순 경사는 9일 오전 마포경찰서 내 새롭게 꾸려진 '육아N 오피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포경찰서는 경찰 조직 최초로 직장 내 긴급돌봄 공간을 마련해 이날부터 시범운영에 나섰다. 직군 특성상 예측 불가능한 일정과 돌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경찰관의 경우 돌봄 공백에 대한 고충이 컸다.

육아N오피스는 자녀를 둔 마포서 소속 경찰관들의 고민으로 탄생했다. 안 경사 남편 역시 기동대에 근무해 2022년 윤다건군이 태어났을 때부터 친정어머니나 이웃의 도움을 받았다. 친정어머니나 이웃이 여의치 않으면 직장에 아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동료의 눈치가 보였고 경찰서 내 법당 등 종교실에서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특히 근로자의날 같이 직장인 다수가 쉬는날이지만 경찰공무원이 쉬지 못하는 날이 가장 곤란했다. 아이가 전염성 있는 병을 앓을 때는 편히 맡길 곳도 없었다. 휴직 혹은 퇴직까지도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지 등 문제로 경찰서 어린이집은 태부족한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85개 경찰서 어린이집이 마련돼 있고 서울에는 13개소만 있는 상태다.

다른 경찰관도 비슷한 고민 중이었다. 박하준군(10)과 박이연양(8)을 키우고 있는 유혜연 경위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돌봐줄 곳이 마땅치 않았고 학원도 방학에 돌입하면 아이를 혼자 둬야 했다고 설명했다. 임소희 행정관도 "돌봄 시설이 없을 때는 아이 학원 스케줄을 미리 철저히 정해놓는 게 중요했다"고 공감했다.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9일 오후 김완기 마포서장이 육아N오피스 현판식을 하는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9일 오후 김완기 마포서장이 육아N오피스 현판식을 하는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마포서는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는 지난 6월 TF 팀을 운영, 약 2개월간 준비과정을 거쳤다. 육아N오피스는 당초 직원 휴게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냉장고나 정수기 등 일부 가전제품을 제외하고는 기존에 있던 물품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직원 혹은 지방자치단체 도움을 받았다. 인형과 블록 놀이 등 다양한 장난감이 있어 아이들 역시 각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부모와 함께 있어 안정된 모습이었다.

마포서는 해외에서 활용되고 있는 보호자 상주형 놀이공간인 '보육 라운지'를 본떠 경찰관 부모와 아이가 한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피스 한 편에는 경찰 내부망이 깔린 컴퓨터와 책상이 있어 부모는 이곳에서 업무를 하며 아이를 동시에 돌볼 수 있다. 업무 공간과 돌봄 공간을 최대한 밀접하게 만들어 민원인을 갑작스레 만나야 하거나 밤을 새워야 할 때도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

안 경사는 "이웃한테 맡기면 사례를 해야 해서 부담이 됐는데 이제는 얼굴을 자주 보는 동료들에게 맡길 수도 있어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아이를 일단 경찰서에 데리고 와서 그 이후 다른 가족에게 맡기더라도 안심이 돼서 업무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유 경위도 "3학년 아들도 집에 혼자 두기가 무서운 상황인데, 급할 때 아이를 데리고 와서 일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김완기 마포경찰서장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서장은 이날 오후 열린 현판식에 참석해 "직장을 가진 부모라면 돌봄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라며 "돌봄 공백이 발생했을 때 아이에게는 안전한 환경, 부모에게는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도 이런 시설이 더 많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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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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