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자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 별도 비자 쿼터 신설 협상 등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은 대부분 ESTA(전자여행허가)나 B-1(단기 상용)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 ESTA나 B-1은 정규 취업비자가 아니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H-1B(전문직 비자)는 발급 한도가 8만5000개로 한정돼 경쟁이 치열하다. 발급 절차도 길고 비용 부담도 크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ESTA나 B-1 비자를 관행처럼 우회 활용한 배경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ESTA는 발급 기간이 짧고 비용도 40달러(약 5만5000원)로 저렴하다. 반면 H-1B는 학사 이상 학위가 필요한 전문직 비자로, 직무 적합성 심사와 미국 노동부 신청 절차까지 거쳐야 해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발급 가능 한도도 한정돼 경쟁이 치열하며 비용도 10배 이상 비싸 활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이민 기조'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정부에서 기존 관행이 더는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부가 별도 비자 쿼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H-1B 비자 발급 절차를 복잡하게 해 지연 효과를 노리는 이민 제한 정책을 펼쳤고 재선 이후엔 이런 정책이 더 강화됐다"며 "내국인 일자리 침해 논란으로 동맹국에도 관행적 예외를 두지 않는다. 이제는 법적 근거를 세밀히 따지고 사전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자 협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호주나 싱가포르, 칠레 등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는 자국 전용 비자를 확보했는데, 한국만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단순 협정에 그칠 게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할 수 있도록 로비 등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 인력을 위한 별도 비자 쿼터(E-4)를 최대 1만5000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 동반자 법'을 미국 의회가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실제 법안이 여러 번 발의됐지만 계류되다가 폐기되는 상황만 반복됐다.
독자들의 PICK!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부가 관련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 교수는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서 경제 안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도 통상 현안을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라며 "사람 및 물자의 이동도 중요한 외교 사안이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처럼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 집권할 경우 외교부의 역할이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