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산망이 마비된 이후 첫 평일 오전부터 서울 곳곳의 구청·주민센터에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부24 등 온라인 민원처리시스템 복구가 이뤄지면서 우려했던 민원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황당한 사고'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청 무인발급기에는 서비스가 일시 중단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장애 복구 시까지 발급 서비스가 중단됨을 알려드린다"라고 적혀 있었다. 화면에 손을 대도 반응이 없었다.

오전 9시가 다가오자 구청 민원도우미들은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등을 위해 찾아온 민원인들에게 처리 불가능 민원을 안내하며 응대하기 시작했다. 전산망 마비 소식을 듣고 일부 민원인은 아침 일찍부터 구청을 방문해 민원을 해결했다.
은평구 주민 전은희씨(68)는 "원래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데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려고 시간을 일부러 냈다"며 "온라인 발급에 미숙하기도 해서 직접 도움을 받으려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응에 최선을 다해서 어서 복구되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 김홍철씨(25)는 "주택 청약에 제출하기 위해 주민등록 등본을 떼러 왔다"며 "원래 온라인으로 신청이 되는데 안 돼서 출근길에 들렀다"라고 했다. 그는 "다행히 빠르게 민원을 처리하고 출근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회사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같은날 오전 관악구청에는 10여명의 민원인이 대기 없이 창구에서 민원을 처리하고 있었다. 구청 문이 열리자마자 찾은 한 부부는 "화재 때문에 다소 걱정했으나 주민등록등본 무인발급도 가능했다"며 "대면 창구에서 문제없이 혼인신고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부24가 아침 일찍 복구되면서 무인발급기도 정상화되면서 주민센터에 긴 줄이 발생하는 등 '민원 대란'은 없었지만 일부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황당한 사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종로구민 유모씨(62)는 "우리도 컴퓨터를 하다가 불안해서 USB에 자료를 백업하는데 정부 시설이 그렇게 불에 타서 온 국가가 마비되는 상황이 참 어이없다"며 "세금을 그런 중요 시설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에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씨(59)는 "주말에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지 못해 은행에 갔는데 구청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평소 10분 이내면 끝낼 일을 직접 돌아다니며 서류를 발급받으니 불편하다"라고 했다. 김씨는 "불이 났다고 이렇게 되는 게 참 황당하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