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까지 찾아간 기후교육, 보건소 옥상이 시민 발전소로[넷제로케이스스터디]

계모임까지 찾아간 기후교육, 보건소 옥상이 시민 발전소로[넷제로케이스스터디]

광명(경기)=권다희 기자
2026.02.28 08:30

<9>시민 기후교육 이어 시민 주도 태양광 발전소 선순환 만든 광명시
'찾아가는 기후교육'으로 첫해만 1만명 자발적 수강..보건소·체육관 등에 시민 협동조합 주주인 태양광 발전소 설립
올해 태양광 발전소 증설 추진..'메가급' 시민 발전소 탄생 예정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광명시보건소 지붕 위 설치된 약 96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사진=권다희 기자
광명시보건소 지붕 위 설치된 약 96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사진=권다희 기자

"계모임 장소에서도 기후교육을 한 적이 있어요. 시민 몇 명이라도 모여 교육을 요청하면 어디든 갔습니다."

경기 광명시의 시민 대상 기후교육은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전국 지자체 관계자들이 "따라가기 어렵다"고 평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광명시 내 거의 모든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포함해 수만 명의 시민이 관련 교육을 수강했다.

8년 전 이미 '기후에너지과' 만든 광명시

출발점은 2018년이다. 당시 박승원 광명시장은 취임 직후 '기후에너지과'를 신설했다. 기후와 에너지를 결합한 전담부서를 만든 것은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지자체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광명시 초대 기후에너지과장을 지낸 박민관씨는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국가 차원에서도 기후 문제를 다루기 어려운데 기초지자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내부에서도 있었다"며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퇴임 후 광명시민전력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다.

그가 택한 첫 전략은 '인지'였다. 기후가 문제라는 사실을 시민에게 직접 찾아가서 알리는 방식이다. 광명시는 2019년부터 '찾아가는 기후교육'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신청이 들어오면 강사가 시민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갔다.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지역 내 학교에서도 기후교육을 진행했다.

광명시민전력발전소 현황/그래픽=이지혜
광명시민전력발전소 현황/그래픽=이지혜
'찾아가는 기후교육', 첫해에만 1만명 수강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아이들이 집에서 기후 이야기를 꺼내면, 부모가 다시 교육을 신청했다. 교육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까지 확산됐다. 강당뿐 아니라 동네 카페에서도 수업이 열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기였는데도 첫해 교육 인원이 1만명을 넘어섰다.

강사 수요가 급증하자 광명시는 시민 강사 양성 과정을 도입해 교육을 체계화했다. 박 이사는 "기후를 알아야 정책도 움직인다"며 "교육이 시민 참여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흐름은 시민이 출자해 시 공공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는 '광명시민전력협동조합' 모델로 이어졌다. 정책·교육·사업이 한 축으로 맞물린 보기 드문 기초지자체형 탄소중립 사례다.

광명시민전력발전소가 설치된 광명시보건소 전경. 우측 상단에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사진=권다희 기자
광명시민전력발전소가 설치된 광명시보건소 전경. 우측 상단에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사진=권다희 기자
시민 주도성 제고→시민 태양광 발전소 설립으로 선순환

이같은 움직임은 2021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졌다. 이 사업에는 광명시와 에너지 IT 기업 에이치에너지가 참여했다. 시는 공공부지를 제공하고, 시민은 출자하며, 민간 기업이 발전소 운영을 맡는 구조였다.

약 80명의 시민이 모여 광명시민전력협동조합이 구성됐고 이들이 발전소의 주주가 됐다. 이후 2022년 재활용품선별장, 국민체육센터, 광명시 보건소, 시립노인요양센터 등 공공시설 옥상에 '광명시민전력발전소' 1~8호기가 준공됐다.

현재 광명시민전력발전소 총 8호기는 약 720킬로와트(kW) 규모로 가동 중이다. 이 곳에서 2023년 기준 한 해 약 91만킬로와트시(kWh)의 전기가 만들어졌다. 4인 가구 연간 전기 사용량을 약 3500~4000kWh라 볼 때 24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량이다. 발전수익은 시민 주주들에게 배당되고 광명시 기금으로도 유입된다.

광명시보건소 옆 광명시립노인요양센터 옥상에 설치된 49.5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사진=권다희 기자
광명시보건소 옆 광명시립노인요양센터 옥상에 설치된 49.5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사진=권다희 기자
올해 추가 증설 추진…'메가급' 시민형 태양광 나올 지 주목

광명시민전력협동조합은 올해 태양광 발전소 추가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예상 규모는 700kW 이상이다. 증설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조합의 총 발전 규모는 1.4MW(메가와트) 이상으로 늘어난다. 시민이 출자해 세운 태양광 발전소가 '메가급' 규모에 올라서는 셈이다.

특히 유수지 내 인라인 스케이트장 상부에 지으려 하는 발전소가 눈에 띈다. 트랙 위를 태양광 구조물로 덮어 발전과 동시에 그늘을 만드는 방식이다. 박 이사는 "아이들은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고, 발전 수익은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광명시 사례의 핵심은 단순한 설비 규모가 아니다. 2018년 전담부서 신설, 2019년 찾아가는 교육, 2021년 정부 공모 선정, 2022년 시민전력발전소 준공으로 이어진 흐름 속에서 '시민 인식 → 참여 → 사업 → 수익 환원'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박 이사는 "재생에너지 개발이 인근 주민과 괴리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며 "기후에 관심 있는 시민이 늘어나고 그 시민이 정책과 사업의 주체가 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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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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