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상속만기형(만기환급형) 가입자들에게 미지급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한 보험사 측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보험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면 오히려 가입자에게 손해라며 보험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의 미지급금 소송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전날 즉시연금 가입자 51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가입자들은 2018년 10월 즉시연금 상품 중 일정 기간 연금을 수령한 후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상품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번에 낸 후 그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상속만기형은 일정 기간 수령 후 만기가 오면 원금을 환급해 준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은 금리 하락으로 일부 보험사가 상품 판매 당시 가입설계서에서 제시한 최저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하자 시작됐다.
가입자들은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 마련을 위해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뗀다는 공제 내용이 약관에 없고 보험사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 내용이 불명확하다며 미지급분 보험금을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라고 보험사에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1심은 삼성생명이 연금월액 산출 방법을 가입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는 설명·명시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가입자들이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며 "약관 내용도 가입자들의 주장과 같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1심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자가 매월 지급받는 연금월액은 보험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 적어도 적립액 공제 방식의 대략적인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약관에 포괄적 지시조항을 둔 것만으로는 명시·설명 의무가 충분히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산출방법서는 보험상품에 관한 기초서류로서 열람 신청의 대상이 될 뿐이고 복잡한 산식으로만 이뤄져 별도의 설명 없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며 "가입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졌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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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은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적립액 공제 방식이 보험 계약 내용에서 제외되더라도 해당 보험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적립액 공제 방식이 보험계약의 내용에서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만으로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보험계약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