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체력시험 쉽다고?"…4.2㎏ 조끼 입고 6바퀴, 다리가 후들

"경찰 체력시험 쉽다고?"…4.2㎏ 조끼 입고 6바퀴, 다리가 후들

박상혁 기자, 인천=최문혁 기자
2025.10.23 15:42
2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 7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순환식 체력 검사 체험 부스에 경찰 지망생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사진=최문혁 기자.
2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 7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순환식 체력 검사 체험 부스에 경찰 지망생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사진=최문혁 기자.

"쉬워 보여서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대충 준비해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드네요."

2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회 국제치안산업대전'. 이곳에 2026년 순경 공채 남녀 통합선발에 전면 도입될 순환식 체력 검사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부스 앞엔 내년 경찰 시험을 앞두고 체력을 점검하려는 수험생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풀며 코스를 살폈다. 모의 체험이었지만 분위기는 실제 시험장을 방불케 했다.

순환식 체력검사는 △장애물 코스 달리기 △장대 허들 넘기 △밀기·당기기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종목으로 이뤄졌다. 남녀 모두 4.2㎏ 조끼를 착용하고 4분40초 안에 모든 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1초라도 늦으면 불합격이다.

김보현씨(17)는 "학교에서 매일 아침에 훈련해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라며 "내년에 경찰 공무원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 좋은 경험으로 삼고 싶다"라고 말했다. 수험생 중 일부는 통과했지만, 탈락한 사람도 많았다. 체험을 마친 이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니…묵직한 조끼, 양발 후들거려
23일 오전 최문혁 기자가 장애물 달리기 코스를 체험하는 모습. 4.2㎏ 조끼를 착용해 평소보다 체력이 빨리 소모됐다./사진=최문혁 기자.
23일 오전 최문혁 기자가 장애물 달리기 코스를 체험하는 모습. 4.2㎏ 조끼를 착용해 평소보다 체력이 빨리 소모됐다./사진=최문혁 기자.

얼마나 힘든지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 4.2㎏짜리 조끼를 착용한 순간 어깨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평소엔 느껴본 적 없는 무게라 낯설고 불편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첫 번째 코스는 장애물 달리기다. 허들과 매트·장벽을 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구간을 총 6번 돌아야 한다. 2바퀴까지는 '할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 번째 바퀴에 고비가 찾아왔다. 무거운 조끼 탓에 평소보다 체력이 빨리 소모된 탓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장애물 극복을 반복하는 사이 다리엔 힘이 빠져 후들거렸다. 마지막 바퀴를 남기곤 결국 허들에 걸려 넘어졌다. "처음부터 다시!"라는 시험관의 외침이 들렸다. 분초를 다투는 시험에서 단 한 번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장애물 넘기 코스에서 체력이 고갈된 상태로 두 번째 코스인 장대 허들 넘기를 하는 모습./사진=최문혁 기자.
장애물 넘기 코스에서 체력이 고갈된 상태로 두 번째 코스인 장대 허들 넘기를 하는 모습./사진=최문혁 기자.

다음 코스는 장대 허들 넘기다. 엎드린 자세에서 일어나 약 1m 높이의 장대를 넘고 다시 뒤로 눕는 동작을 3번 반복해야 한다. 앞선 코스에서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라 몸을 일으키기도 어려웠다. 무거워진 몸으로 장대를 넘을 때마다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세 번째 코스는 밀기·당기기다. 32㎏짜리 기구를 끝까지 밀고 다시 끌어당겨 반원을 그리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짧은 순간에 전력을 쏟아야 하지만 체력은 바닥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땀이 눈에 고여 앞이 흐릿했고, 심장은 쿵쿵 뛰었으며 숨은 거칠어졌다. 결국 코스를 통과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후에는 72㎏짜리 모형을 끌어 옮기는 '구조하기' 코스가 기다렸다. 손에 남은 힘이 거의 없어 통과선까지 끌고 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마지막으로 원형 틀 안의 방아쇠를 당기면 시험은 끝난다. 하지만 거친 숨이 이어지며 조준이 어려웠고 방아쇠를 당길 힘도 손에 남지 않았다.

최종 기록은 5분37초. 합격 기준을 1분 가까이 초과한 불합격이다. 모든 체험이 끝나자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숨을 고르고 안정을 찾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72㎏짜리 모형을 옮기는 구조하기 코스. 흰색 통과선까지 끌고 가야 통과다./사진=최문혁 기자.
72㎏짜리 모형을 옮기는 구조하기 코스. 흰색 통과선까지 끌고 가야 통과다./사진=최문혁 기자.
여성에게 유리하다?…기존보다 더 어려워져

경찰 남녀 통합선발과 순환식 체력검사는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됐고 내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일부 수험생들은 '여성에게 유리하다'라는 불만을 제기했다. 또 체력시험이 합·불 방식으로 바뀌면서 필기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 수험생에게 유리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성별 구분 없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20대 강태주씨는 "평소 운동을 즐겨 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 현장에 있을 법한 상황에 맞게 구성돼 있어 힘들어 보였다"라고 말했다.

유승민씨(19)도 "난이도가 많이 낮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확인해보러 왔다"라며 "바뀐 시험도 충분히 체력을 요구하고 난이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한 경찰 지망생이 방아쇠당기기 체험을 하는 모습./사진=최문혁 기자.
23일 오전 한 경찰 지망생이 방아쇠당기기 체험을 하는 모습./사진=최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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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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