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2022~2023년 서울 중구 청구동새마을금고 임원 등이 벌인 1109억원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임원과 대출 브로커, 명의대여자, 공인중개사 등 총 133명이 검찰 송치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배임과 사기 혐의로 대출 브로커인 50대 남성 A씨를 지난 9월 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사기방조 혐의를 받는 명의대여자와 공인중개사 등 23명도 지난달 불구속 송치됐다. 지난해 검거돼 재판받고 있는 당시 청구동금고 대출담당 상무 B씨와 또 다른 핵심 브로커 C씨 등을 포함하면 2년간 총 133명이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출 브로커 A씨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3월까지 청구동금고 상무 B씨와 공모해 176억원의 불법 대출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친분이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D씨와 함께 인천과 경기 김포·화성·오산 등에서 지식산업센터, 집합상가,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허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허위 매매 계약을 위해 A씨는 모집책을 직원으로 두고 명의대여자 15명을 찾았다. 명의를 빌려주면 매매대금과 대출이자를 갚아주고 수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실거래가보다 비싼 금액에 산 것처럼 계약서를 꾸며 매매를 체결한 후에는 사전 섭외한 감정평가사를 통해 담보가치를 부풀렸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대출 브로커 C씨도 명의대여자 100명을 모아 933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아낸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구속 송치돼 현재 재판받고 있다. C씨는 경남 창원의 중고차 매매단지 75개실 상가 건물과 경기 평택, 충남 당진 등 지역의 부동산 36개에 대한 담보가치를 부풀리고 명의대여자를 앞세워 불법대출을 받았다.
금융업계에서 20여년을 종사한 청구동금고 상무 B씨는 A씨와 C씨 등 브로커들이 신청한 '시세차익형 불법대출'을 승인하고 눈감아준 혐의를 받는다. 브로커에게 외제차와 여행비, 카페 보증금 등을 받아 수재 혐의로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월 법원으로부터 범죄수익금 142억원에 대한 몰수·추징 결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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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상무 B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부동산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고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규제는 아직 강화되지 않은 틈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싸게 나온 상가를 수집한 뒤 담보 부풀리기로 더 많은 대출금을 확보했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대출 이자마저 오르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검거된 명의대여자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해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동금고 일선 지점장과 청구동금고 상무 B씨만 거치면 대출이 최종 승인되는 구조여서 대출 신청인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청구동금고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2023년 7월 인근 신당1·2·3동금고에 흡수합병됐다. 1109억원 중 상환된 액수는 10억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1100억원 상당 부실채권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떠안은 상태다.
대규모 인출 사태도 피할 수 없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통합재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소 직전인 2023년 6월 말 기준 6534억원에 달하던 두 금고의 예금액은 신당1·2·3동금고 흡수합병 이후 5566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사태 이후 6개월 만에 967억원가량의 예금이 인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악의 금융 사고"라며 "금고 임원만 거치면 대출이 최종 승인되는 허술한 구조 속에서 명의대여자가 수억원대 부동산을 담보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