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응원' 깃발 뒤 "남자 XX" 욕설 범벅…래커칠 방치된 동덕여대

'수험생 응원' 깃발 뒤 "남자 XX" 욕설 범벅…래커칠 방치된 동덕여대

박상혁, 이정우 기자
2025.11.21 14:38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 래커칠 낙서가 칠해진 모습. 지난 2024년 사태 이후 달라진 건 없었다./사진=이정우 기자.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 래커칠 낙서가 칠해진 모습. 지난 2024년 사태 이후 달라진 건 없었다./사진=이정우 기자.

"학교 곳곳에 래커칠 낙서가 그대로 남아서 보기 너무 불편해요. 누가 빨리 지웠으면 좋겠어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A씨는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문제의식이 흐려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심은 예전만 못한데 래커칠 낙서는 그대로라며 "이젠 학교가 조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동덕여대엔 2024년 11월 '남녀공학 반대 래커칠 사태' 흔적이 여전히 남았다. 교문 초입부터 "남자 꺼져라", "공학 반대", "입시 사기" 등 문구가 그대로 있었다. 캠퍼스 곳곳엔 당시 그려졌던 그림과 글자·욕설도 1년 전 이맘때와 다르지 않게 방치됐다.

근처에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깃발이 걸려 있었지만 래커칠 흔적과 나란히 있어 상반된 분위기를 풍겼다.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과 도서관으로 향하는 재학생·교수진들도 연이어 캠퍼스를 지나갔지만 모두 익숙한 듯 별다른 시선을 주지 않았다.

풍경은 눈에 익었지만 마냥 둔감해진 건 아니었다. 재학생 김모씨는 "남녀공학 추진에 반발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래커칠만큼은 너무 심했다고 본다"라며 "마치 폐교에서 수업하는 느낌까지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곧 수시 전형이 열리는데 수험생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안 좋게 느껴 학교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동덕여대 수시 논술고사는 22~23일 이틀간 진행된다. 수험생들은 직접 캠퍼스를 방문해 시험을 치른다.

신입생 최모씨는 "입학 전부터 래커칠 사건을 알아서 당황스럽진 않았다"라며 "오히려 이 사건을 보고 '투쟁하는 모습이 멋있다'라며 입학을 희망한 동기들도 있다더라"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 모습. 창문에도 래커칠 낙서가 된 모습이다./사진=이정우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 모습. 창문에도 래커칠 낙서가 된 모습이다./사진=이정우 기자.

지난 12일 동덕여대 시설복구위원회에 따르면 교내 래커칠 복구 시기로 '11~12월이 적절하다'라는 응답이 85.5%로 가장 높았다. 이유로는 △가능한 한 빨리 지워지길 바라서 △26학번 신입생 고려 등 이었다.

복구 비용 마련 방식에 대해서는 '모금+교비' 응답이 5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비로 집행 (42.1%) △학내 구성원 모금 (4.8%) 순이었다.

이날 만난 재학생들도 "학교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설문조사 결과대로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본관 점거·래커칠 1년… 동덕여대 '복구는 최대한 빨리'
지난 2월20일 동덕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보복성 법적 대응 및 학생 인권침해 규탄 학내서명 선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뉴스1.
지난 2월20일 동덕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보복성 법적 대응 및 학생 인권침해 규탄 학내서명 선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사진=뉴스1.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 완화를 위한 논의와 합의 과정이 길게 이어지고 있으나 단계적으로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학생·동문 등 학내 구성원과 합의하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논의를 하느라 복구를 추진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복구 비용 청구 방식 등은 복구추진위에서 논의 중이고, 학생 측과 계속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는 중"이라며 "구성원들이 최대한 빠른 복구를 원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결론이 나는 즉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해 11월11일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래커칠 시위를 벌였다. 피해액은 최대 54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학 측은 학생 21명을 공동재물손괴·공동건조물침입·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대학은 지난 5월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혐의들이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수사는 계속 이어졌고, 그 결과 학생 38명이 입건됐으며 이 중 22명이 서울북부지검에 불구속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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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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