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 나누는 문화유산…김치 든 외국인들 "김장, 성탄절보다 반가워"

정(情) 나누는 문화유산…김치 든 외국인들 "김장, 성탄절보다 반가워"

정세진 기자
2025.11.23 13:36

서울시, '잔치·봉사·나눔'2025 대한민국 김장대축제 개최
다문화가족·명예시민·미군 가족 등 김치 담그기 직접체험
전국에서 올라온 배추·고춧가루 반값 할인에 4000명 몰려

브라질인 카를로스 고리토, 프랑스 출인 마포 로르, 중국 출신 정람씨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5대한민국 김장대축제에 참여해 자신이 직접 담근 김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브라질인 카를로스 고리토, 프랑스 출인 마포 로르, 중국 출신 정람씨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5대한민국 김장대축제에 참여해 자신이 직접 담근 김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김장을 함께 하는 건 서로 정을 나누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전시장. 100여명의 시민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절인 배추에 김장속을 버무렸다. 외국인 명예시민과 다문화가정, 주한미군 가족 등은 남도식 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담백한 중부식 김치를 만들기 위해 비닐 장갑과 마스크를 꼈다.

서울시는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대한민국김치협회와 '2025대한민국 김장대축제'를 열었다. 함께 일하며 정을 나누는 김장 문화를 체험하고 국산 김치와 김장재료를 생산자에게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행사다. 고물가시대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추·고춧가루·젓갈 등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위한 문화누리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온정을 더해 4000여명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한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김장은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정의 핵심도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말했다. 김 부시장은 특히 "서울의 경쟁력 중 하나가 먹거리인데 오늘 행사에도 많은 외국인이 왔다. 함께 즐기고 좋은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축사에서 "김치는 5000년간 우리 역사와 함께한 식품으로 형제와 이웃이 같이 버무리는 협동심과 나눠 먹는 정신이 담겨 있다"며 "김치 1122㎏를 복지법인과 서울시 온기창고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온기창고는 서울시가 '쪽방촌' 주민을 위해 만든 시설로 필요한 생필품을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게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한민국 식품명인 유정임씨 지도를 받아 김치를 담그고 있다./사진=정세진 기자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한민국 식품명인 유정임씨 지도를 받아 김치를 담그고 있다./사진=정세진 기자

내빈들은 대한민국 식품명인인 유정임씨와 이하연씨의 지도를 받아 김치를 담갔다. 유씨는 "한국에 몇 가지 종류의 김치 담그는 법이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김치 담그는 어머니 숫자만큼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특히 김장하는 법을 배울 곳이 없는 이들에게 의미가 깊었다. 키르키스스탄에서 귀화한 장율씨(47)는 "시부모님도 없어서 김장할 기회가 없었다"며 "한국인 남편이 계속 김치를 달라고 하지만 만들어줄 수 없었는데 다문화 가족으로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5년째 한국 근무 중인 미군 하사 왈리 암브로스씨(34)는 아내와 9살 아들과 함께 김치 담그기 행사를 하러 경기 평택에서 행사장을 찾았다. 암브로스씨는 "한국에서 3번째 근무 중이지만 배추김치 만드는 법을 몰라서 유튜브를 보고 겉절이랑 무김치 정도만 만들어 봤다"며 "이렇게 제대로 김치 만든 적은 처음"이라며 말했다.

미군 하사 왈리 암브로스씨(34·오른쪽)이 아들과 함께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정세진 기자
미군 하사 왈리 암브로스씨(34·오른쪽)이 아들과 함께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정세진 기자

미군 남편을 둔 오리아나 피츠패트릭씨는 "3살인 딸이 한국 유치원에 다니면서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며 "김치를 만들 줄 몰라서 재래시장에서 오이김치를 주로 사 먹는다"고 했다. 브라질 출신 방송인이자 서울시 명예시민인 카를로스 고리토씨는 "11월, 12월되면 크리스마스 때 산타클로스 만나는 것보다 김장하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프랑스인 로르 마포씨도 "거의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김치를 먹는다"며 "아침으론 간단히 계란과 함께 먹고 식사 때마다 김치를 먹는다"고 했다. 그는 "김치를 직접 만들어 보니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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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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