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현직에서 기소된 역대 두 번째 수사기관장이 됐다. 공수처장으로서는 최초다.
현직 수사기관장 기소는 12·3비상계엄 당시 국회봉쇄와 체포조 운용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이후 7개월 만이다. 수사기관의 수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다시 한 번 연출됐다.
특검팀은 26일 채해병 사건 관련 국회 위증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한 후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직무유기 혐의로 오 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 전현직 공수처 지휘부 5명을 기소했다. 단순한 직무태만을 넘어 사건을 고의로 묵살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과거에도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등 수사기관장이 수사를 받은 전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모두 사건이 확대되기 전 자진사퇴하거나 퇴임 이후 기소됐다. 조 청장과 오 처장처럼 현직 신분으로 기소돼 법정에 서는 사례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수사기밀 누설 혐의를 받았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경우 퇴임 후 기소돼 징역 1년의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이른바 '함바식당' 비리에 연루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도 전격 사의를 표한 후 구속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검찰 견제와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2021년 출범한 공수처의 수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조직신뢰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됐다. 게다가 혐의가 '제식구 감싸기'여서 검찰 등 외부에는 엄격하면서 정작 내부엔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출범 5년차를 맞은 공수처의 부진한 수사성과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기소한 사건은 6건에 불과하다. 이중 3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고 2건은 무죄가 확정됐다. 유일하게 유죄가 확정된 나머지 1건도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에 그쳤다. 구속영장은 총 8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6건이나 기각되면서 수사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이에 최근 관봉권·쿠팡수사외압 의혹 등 검찰을 겨냥한 사건도 공수처가 아닌 상설특검이 맡는 등 존재감이 갈수록 희미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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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검찰개혁 후속입법 논의는 중대범죄수사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굵직한 사건마다 특검수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공수처는 주변부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검찰청 폐지에 따른 권한확대 수혜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기관장까지 법정에 서면서 존립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처장과 차장 등 지휘부가 재판에 넘겨지자 공수처는 반발했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검이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기소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공수처·차장은 향후 진행될 공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