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마라톤대회]일본 경찰서장, 공익성 판단후 마라톤 허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안전 관리와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선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우후죽순 열리는 마라톤대회를 통합 관리·감독하는 전담 기구를 만들고 지역주민 불편 정도를 수치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대회 코스에 도로가 포함되면 경찰이 공익성을 판단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도로교통법 제77조는 노상 경기 등 행사를 열기 위해선 해당 지역 경찰서장의 도로 사용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일본 경찰청은 '노상 경기에 따른 도로 사용 허가 처리'를 마련해 마라톤대회의 도로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경찰은 마라톤대회의 '교통 방해 우려를 넘어선 공익성'을 평가하는 6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이를 충족해야만 도로 사용 허가를 내준다. 무분별한 대회 난립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해당 기준은 △경기 목적(스포츠 진흥·지역 활성화) △주민·도로 이용자 합의(지역 의견 수렴 등 사회적 합의) △지방공공단체 관여(지방자치단체 주최·후원 등 형태로 개입) △도로·교통 여건(주요 도로는 원칙적 제외, 통행금지 시 우회도로 확보) △경기 시간·방식(일요일·공휴일 등 교통량 적은 시간대 진행) △주최 측 안전조치(주요 지점에 책임자·안전요원 배치) 등이다.
경찰뿐 아니라 지역주민, 지자체 등 의견을 반영해야 경기를 열 수 있는 셈이다. 지자체 공문만 받으면 대회를 열 수 있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경찰서장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도로 위험 방지와 교통안전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주최 측에 조건을 부과하거나 기존 조건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주최 측이 경찰의 조건을 어기면 허가 취소나 효력정지도 가능하다.

마라톤대회를 둘러싼 갈등이 커진 만큼 각종 대회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승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소방·경찰·지자체 체육부서·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지자체에 설치해 마라톤대회를 한 곳에서 조정하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후준순 대회가 늘어나는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고 책임주체도 명확해져 운영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회 참가자 수, 소비 지출액, 외지인 비율, 민원 접수 건수 등을 수치화해 '불편 지수'를 만들고 심의위가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역주민과 상인을 위한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회 참가자에게 지역상품권을 지급해 소비를 유도하거나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에게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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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이제라도 대회 참가자에게 지역상품권을 지급해 소비를 유도하자는 등 의견이 나온 건 정말 다행이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과 대회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정교한 인센티브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마라톤대회 주최 기관과 경찰, 자치구 등이 참여한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선 합리적인 교통 통제 방안과 시민 불편 최소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는 교통 통제가 필요한 마라톤대회의 경우 출발 시각을 1~2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