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호주대사 범인도피 사건과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채 해병 특검팀은 27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윤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정원장),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범인도피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들은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하게 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정민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실에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내기 위한 절차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외교부는 이 전 장관을 사전에 '적격' 결정한 상태에서 공관장 자격심사를 진행하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출국금지 여부 및 자기검증질문서 허위 기재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공수처 수사 사안을 축소·왜곡해 '문제 없음' 취지로 인사 검증 통과를 결정하고 △법무부는 출국금지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반대하고 출국금지 해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함으로써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 조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1월17일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관련 특검 요구가 거세지자 이틀 후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할 것'을 지시했고 이후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은 호주대사 임기가 남아있고 교체 사유가 없음에도 외교부를 대상으로 호주 대사 교체 절차를 진행할 것을 독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범인도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에게 범인도피·국가공무원법 위반 △이 전 비서관에게 범인도피 △박 전 장관과 심 전 검찰총장에게는 범인도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장관의 도피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 특검보는 "관여 정도나 당시에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기소 대상자를 선별했고 조 전 장관은 기소할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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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에 관여한 공범으로 지목됐던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범죄 규명을 위해 조력했단 이유에서다. 정 특검보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관련해 본인이 어떤 내용을 보고했고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사정을 감안했다"며 "이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 심의위원회) 내용들을 장·차관에게 보고하는 과정에 관여한 인물"이라고 했다.
호주대사 범인도피 사건은 이 전 장관이 채 해병 순직 사건의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음에도 지난해 3월4일 호주대사에 임명되면서 대통령 등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상태였지만 외교부는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고 같은 해 3월8일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이 전 장관은 3월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11일 만에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했고 3월29일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