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전쟁 희생자 진실규명' 유족 신청, 재조사 없이 각하는 위법"

법원 "'한국전쟁 희생자 진실규명' 유족 신청, 재조사 없이 각하는 위법"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2.08 09: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 모습. /사진=이혜수 머니투데이 기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 모습. /사진=이혜수 머니투데이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한국전쟁 희생자 진실규명'과 관련해 유족이 낸 신청을 재조사도 하지 않고 바로 내린 각하 결정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양순주)는 한국 전쟁 시기에 희생된 망인들의 유족인 A씨가 진실화해위원회를 상대로 낸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소송에서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신청 각하 결정은 위법하고 진실규명결정을 취소한 결정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한국전쟁 시기 희생된 고 B씨의 아들이자 고 C씨의 조카다. A씨는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에 고 B씨와 고 C씨가 1950년 한국전쟁 시기에 국민보도연맹 관련 집단살해 사건과 관련해 행방불명됐다고 주장하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3년 11월 고 B씨는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1950년 6~7월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고, 고 C씨 역시 국민보도연맹 관련 혐의로 같은 시기·장소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A씨는 2024년 1월 "고 C씨가 '노동당원·악질부역자로 처형됐다'는 표현은 허위"라고 주장하며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는 해당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진실화해위원회는 2024년 8월 고 C씨가 1951년 1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판결문을 발견했다. 재조사 끝에 진실화해위원회는 기존 진실규명결정 중 고 C씨 부분을 취소하고 고 C씨 관련 진실규명 신청은 각하했다.

A씨는 이 처분 전부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이미 한 진실규명결정에는 기속력과 구속력이 있으므로 이를 다시 취소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등군법회의 판결은 법관으로 구성된 적법한 법원이 아니고 상소도 불가능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판결이므로 '확정판결'에 해당하지 않아 각하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기존 진실규명 결정을 '취소'한 결정은 적법하다고 했다. 법원은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발견된 자료에 따르면 고 C씨는 1951년 1월까지 생존했고 사망 시기·장소·원인 등이 기존 진실규명결정과 다른 만큼 진실화해위원회가 고 C씨 부분의 진실규명결정을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진실화해위원회가 고 C씨 관련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결정은 위법하다고 했다. 법원은 고등군법회의 판결 자체는 당시 유효한 법률에 근거해 내려진 것으로 형식상 '확정판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결 이유가 생략돼 있는 점, 교도소 기록에는 '사형출소'가 아닌 '사망출소'로 기재돼 있는 점, 사형 집행 관련 기록도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판결 집행으로 고 C씨가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여기에 1950년 전후 민간인 즉결처형·오인 처형 사례가 다수 존재했던 점 등을 고려할 하면 A씨의 진실규명 신청이 명백히 허위이거나 이유 없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재조사를 거쳐 진실규명결정 또는 진실규명불능결정을 해야 했음에도 곧바로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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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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