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여론조사 수수 혐의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재판부가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다음달 법정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생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7일 오후 2시부터 윤 전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첫 공판기일을 열고 특검팀이 신청한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여사에 대한 증인신문일은 다음달 14일로 잡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내란 특검팀에 의해 구속됐다. 김 여사도 지난 8월 구속됐다. 그 때 이후로 두 사람이 마주한 적이 없다. 만약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두 사람이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날 법정에서 재판부에 강혜경 전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 부소장과 김태열 전 미한연 소장, 김 여사 총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팀은 "강 전 부소장과 김 전 소장은 핵심적 증인이고 피고인들과 진술이 상반되는 부분이 있어 이들 진술 내용이 범죄 판단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과 명씨 측은 모두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필요 없다며 반대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이 갈려 재판부가 결정한다. 사건 자체가 중요하고 (국민의) 관심이 많은 사건"이라며 "앞서 다른 특검 사건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에 맞춰 필요하다고 보이면 동의 채택해 진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김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한 데 대해 "증언을 거부할 텐데 굳이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하자 재판부는 "출석 여부와 증언거부는 별개의 것이며 증언 거부하더라도 질문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답했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다음 기일은 오는 24일엔 강 전 부소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엔 김 전 소장을, 같은 달 14일엔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른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마무리되면 서증조사가 진행된다. 재판부는 5월12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변론을 종결하기로 계획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명씨 측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날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약 1년간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았으며 이를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공소 요지를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명씨와 나눈 카카오톡, 텔레그램 대화 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며 "(대선 전) 명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대선 여론조사를 실시해 제공하기로 한 상호합의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채명성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며 "여론조사 결과 배포도 명씨가 독자적으로 결정했을 뿐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여사가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이 부분 무죄를 받은 점도 피력했다.
이어 "여론 조사 결과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된 건 세 차례고 나머지는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전송된 점을 고려하면 전속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귀속된 여론조사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된 것도 당의 결정에 따라 정당하게 된 것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명씨 측도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여론조사는 14회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명씨가 일명 황금폰을 제출했을 때 김 여사와 주고받은 메시지 원본 자료가 삭제된 상태였고 남아있는 객관적 자료에 의한 게 14회인 것이지, 그외 녹음 파일이나 여러 진술 등 증거에 따르면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는 58회가 맞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에 달하는 여론조사를 총 58회에 걸쳐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명씨에게는 이들 부부에게 여론 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취득한 범죄 수익을 1억3720만원 정도로 추산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한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같은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명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 영업을 위해 여론조사를 배포했을 뿐 그것이 김 여사의 재산상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