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 휴대폰 확보...유통망·돈세탁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마약왕' 박왕열, 휴대폰 확보...유통망·돈세탁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양윤우 기자
2026.03.25 08:47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한국으로 송환,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송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25/뉴스1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한국으로 송환,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송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25/뉴스1

법무부가 필리핀 교도소 수감 중에도 한국으로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씨를 국내로 데려왔다. 박씨가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마약 거래로 취득한 범죄수익도 추적·환수할 방침이다.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25일 오전 7시2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박씨 국내 송환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송환은 한국-필리핀 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임시인도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사법연수원 37기) 은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음에도 한국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호화 수감 생활을 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송환 작전을 통해 확보된 피의자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피의자가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연 초국가범죄특별대응TF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 씨가 송환된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이지연 초국가범죄특별대응TF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 씨가 송환된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박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외부와 접촉하며 국내 마약 범행을 이어간 정황이 있는 만큼 박씨 개인에 대한 수사를 넘어 국내 반입 경로와 유통책, 자금 전달 및 세탁 구조까지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또 박씨가 마약 거래를 통해 가상자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취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 과장은 "마약류 거래로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환수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박씨 관련 사건을 한 곳으로 모아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경찰은 송환한 피의자를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압송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3개 경찰관서에서 각각 진행하던 피의자 관련 마약 범죄 수사를 경기북부청으로 병합해 집중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 당시 압수한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철저히 분석하고 공범자 조사를 통해 피의자와 관련된 마약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송치 이후에도 여죄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박씨가 송환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한국 정부는 그간 박씨의 신병 인도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필리핀 측은 박씨 현지에서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응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마약 범죄에 한정한 임시인도를 추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박왕열의 임시인도를 직접 요청했다. 이후 관계 기관 공조가 속도를 내면서 약 한달 만에 송환이 성사됐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이번 송환이 정상외교와 실무 공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는 법무부 국제형사과를 중심으로 한 실무진의 물밑 협의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장 등 법무부 직원들은 필리핀 현지를 직접 방문해 현지 사법당국과 접촉하고 박씨 신병 확보를 위한 절차와 협조 방안을 집중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장은 "법무부가 수차례 양자회담 등 실무 협의를 통해 인도를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피의자가 수감 중에도 한국에 마약을 유통하는 등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범정부 판단 아래 마약 범죄에 한해 임시인도를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국내 마약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끝나면 박씨는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복역해야 한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필리핀 측과 협의해 임시인도 연장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다.

박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2020년 현지 당국에 검거됐고, 2022년 징역 60년을 선고받아 복역해왔다. 그는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 닉네임 '전 세계' 등을 사용해 한국에 필로폰,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대마 등 동남아산 마약류를 밀반입·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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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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