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신용불량 바지"...52억 전세사기, 사회초년생만 노렸다

"집주인이 신용불량 바지"...52억 전세사기, 사회초년생만 노렸다

이현수 기자
2026.04.10 12:00

경찰, 일당 49명 송치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피의자들의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피의자들의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사회초년생을 상대로 5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전세사기 일당 49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상습적으로 범행한 바지 임대인 60대 여성 A씨는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신축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체결한 사회초년생 22명으로부터 보증금 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동시진행' 수법으로 조직적 범행

일당은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는 이른바 '동시진행' 수법을 사용했다. 오피스텔 매매 시세보다 보증금을 비싸게 책정해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신용 불량자인 바지 임대인에게 명의를 넘기는 방식이다.

이들은 건축주, 분양업체, 무자본 갭투자자인 바지 임대인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분양업체는 바지 임대인들이 상환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건축주에게 소개해 대량 분양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건당 2400만원에서 36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기며 범행을 주도했다. 건축주 역시 바지 임대인이 경제력이 없단 사실을 알면서도 고액 수수료를 지급했다.

바지 임대인들은 자금 변제 능력이 없음에도 수당을 받기 위해 다수의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도 임차인을 모집하면서 법정수수료의 10~15배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가족 명의 계좌를 사용하거나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빌리기도 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계약 건당 1000만~6000만원의 리베이트가 발생했다. 이를 부동산과 분양브로커, 바지 임대인 등이 나눠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 일부 바지 임대인은 전세 계약서를 월세 계약서로 위조해 대부업체로부터 차용금을 편취하는 등 추가 범행도 저질렀다. 이후 A씨가 잠적하면서 대부업자들이 임차인 주소지로 찾아가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다.

경찰은 2024년 8월 국토교통부 의뢰로 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2월 피의자 조사를 완료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피의자 30명을 1차 송치하고, 지난달 30일 중개보조원 등 19명을 추가 검거해 전원 송치했다.

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하고 도주한 A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2년간 도주 중이던 지명수배자가 A씨를 은닉해 준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미행 끝에 두 사람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며 "계약과 동시에 임대인이 변경될 경우 임차인은 계약 해지 등 적극적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세사기 등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전세사기 일당을 검거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경찰이 전세사기 일당을 검거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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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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