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 평등하지 않아, 특히 외국인에게"…11년차 변호사의 고백

"한국 법 평등하지 않아, 특히 외국인에게"…11년차 변호사의 고백

오석진 기자
2026.05.05 05:55

[인터뷰]'법 앞에 선 외국인' 출간한 고민석 KL 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진=Chat GPT
/사진=Chat GPT

#1. 2022년 1월25일,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 김이반씨(가명·30) 동료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밀접 접촉자가 된 김씨는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김씨에게 '곧장 집으로 돌아가 당분간 외출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어를 잘 못했던 김씨는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 두 개와 컵라면을 사 귀가했다.

얼마 뒤 나온 검사 결과는 코로나 확진. 김씨는 전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밀접 접촉자임에도 편의점에 들렀다는 이유였다.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주장은 고려되지 않았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 300만원 이상부터는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 김씨는 결국 항소를 포기하고 벌금을 냈다.

#2.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세르게이씨(가명)는 해외직구 사이트에 접속해 러시아 두통약을 주문했다. 당당하게 자신의 집 주소와 여권번호 등을 입력하고 결제했다. 문제는 그 약이 한국에서는 마약류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었다. 세르게이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세르게이는 떳떳한 마음에 변호사를 구할 생각도 안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당시 통역사가 있었지만 마약류를 비롯한 법률 용어는 제대로 통역이 되지 않았다.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장을 찍었다. 결국 기소가 유예됐지만 마약류 범죄로 기소유예 결정이 나면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 세르게이는 다행히 오랜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민석 변호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고민석 변호사가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올해로 11년차가 된 고민석 변호사(변호사시험 5회)가 맡았던 사건들이다. 그는 최근 이 같은 한국 거주 외국인들을 변호했던 경험을 각색해 '법 앞에 선 외국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말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국적은 달라도 법 앞의 존엄은 같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김이반씨 사건을 거론하며 "과연 한국인이었다면 징역 1년이 구형됐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스스로를 외국인 '이권'(利權·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 변호사라고 칭했다. 그는 외국인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우리 공동체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더이상은 외국인 없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고 변호사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절벽의 심각성은 사회 전반에서 공감하고 있고 정부 역시 외국인 인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분류하는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했고 우리는 근시일내 전체 인구의 10%인 약 500만 명 이상의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국인을 여전히 '노동력'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기반을 점차 갖춰 나가야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 변호사는 △체류자격 중심의 단편적 관리구조 △과도한 행정재량과 불명확한 기준 △정주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현행 외국인 정책의 미비점으로 뽑았다.

고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외국인을 관리 대상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보다 더 통합적인 제도가 설계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외국인 관련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 사회는 숫자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그 안에 항상 사람의 삶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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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석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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