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처방전 1만원" 3분만에 날림처방...전국 최대 '비만약 성지'

"한달 처방전 1만원" 3분만에 날림처방...전국 최대 '비만약 성지'

최문혁 기자
2026.05.06 15:50
6일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 의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마운자로·위고비 성지'라고 적혀있다./사진=최문혁 기자.
6일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 의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마운자로·위고비 성지'라고 적혀있다./사진=최문혁 기자.

탈모치료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이른바 '탈모약 성지'로 불리던 종로 약국 거리가 최근 비만치료제 성지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만 추구하는 구조가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종로구 의원에서 처방된 마운자로 비중은 12.75%로 전국에서 가장 컸다. 종로구에서 처방된 마운자로는 2만2381건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강남구(7558건)와도 큰 격차를 나타냈다.

실제 이날 찾아간 서울 종로구 약국 거리 약국들 출입문에는 '마운자로 품절'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탈모약 성지'로 유명한 한 이비인후과 의원 입구에는 '마운자로·위고비 성지', '한달 처방전 1만원' 등 문구가 붙어있었다. 해당 의원은 온라인상에서 '비만약 성지'로도 유명세를 탔다.

해당 의원을 찾은 20대 여성 A씨는 의원에 들어간 지 3분 만에 처방전을 받아 나왔다. A씨는 "마운자로 성지라고 해서 처방받으러 왔다"며 "약 처방부터 구매까지 편하고 싸게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약국으로 들어갔다.

성지로 불리는 약국들은 약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대신 많은 양을 판매하는 박리다매 판매 전략을 택하고 있다. 종로 약국 거리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한 약사 A씨는 "제약사와 대량 구매 조건으로 계약해 저렴하게 가져다 파는 몇몇 약국들이 성지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종로 약국 거리가 비만치료제 성지가 된 배경에는 간편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의원과 저렴하게 약을 공급하는 약국이 결합된 구조가 있다. 문제는 빠르고 간소화된 처방 과정에서 환자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부작용 안내 등 복약 지도가 미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해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BMI 27㎏/㎡ 이상 30㎏/㎡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비만치료제의 경우 부작용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되면서 지난달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 소비 행태를 지적하면서도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복약 지도뿐 아니라 주기적인 진료를 통해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3분은 적절한 진료와 처방이 이뤄지긴 짧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의료인의 책임감 있는 의료 행위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나 상담 등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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