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비반도체 부문 노동조합원들이 초기업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 절차가 위법하니 교섭을 중단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첫 심문에 들어서면서 "지금 필요한 건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20일 오전 9시30분쯤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가처분 심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이돈호 법무법인 노바 대표변호사는 "이대로 단체 교섭이나 쟁의 행위가 강행될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조합원들의 권리 침해는 사후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며 교섭이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연대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 소속 완제품(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조합원 5명으로 구성됐다.
연대는 이날 심문에서 초기업 노조 중심으로 작성된 교섭 요구안 효력의 중지를 구하기 위해 절차적 위법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절차적 부분이 미비한 상태에서 일부 집행부 의사결정에 따라 결정된 단체교섭안으로 사측과 교섭하고 있다"며 "이 부분 쟁점을 짚어 (교섭 중단) 가처분이 인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규약 제51조는 단체교섭 요구안을 총회에서 확정하도록 하고 있고, 제23조 제4항은 7일 전 공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역시 단체협약 사항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이들 연대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가 사측에 제시한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중심의 성과급 요구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연대는 공동교섭단 양해각서에 명시된 절차가 모두 생략되면서 DX 부문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가 선택지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반도체 부문인 DS만큼 돈을 받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초기업 노조가 모두의 의견을 듣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신청인 중 한 명인 손용호 조합원은 "공포감을 조성해 노조를 운영하는 초기업 노조 지도부의 극단 행동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현재 (노사가 협의 중인) 단체 교섭 요구안은 밀실에서 만들어져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위법하다. 단 6명의 집행부가 13만 직원의 처우를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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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조합원은 사측도 교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조합원은 "정당성과 합법성이 결여된 집행부와 밀실 교섭을 강행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를 그새 잊었냐"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수원지법에 '2026년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 19일 초기업노조의 절차 위반 행위의 시정명령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법무법인 노바에 따르면 1000명가량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들에 대한 지지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손 조합원은 "1000여명 중 반도체 부문인 DS 직원들도 여럿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으로 예고된 21일을 하루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 간의 3차 사후 조정 회의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됐지만 최종 결렬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8일과 19일 연달아 사후 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 여부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 등의 제도화를 두고 맞서고 있다. 향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성과급이 더 많아질 텐데 상한선이 있으면 자신들이 받게 될 몫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논리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상한선 제도가 없다.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파업에 일정 부분 제약이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