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이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의 비화폰 계정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이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맞지만 내란 수사 증거를 없애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21일 오후 2시 박 전 처장의 증거인멸 혐의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처장은 2024년 12월6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비화폰 통화 내역 등을 원격 로그아웃 방식으로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박 전 처장이 내란 관련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처장에게 증거 인멸의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에게 증거인멸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계정을 삭제한 것은) 보안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이 2024년 12월6일 국회에서 비화폰 통화내역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가 비화폰 ID가 노출됐는데, 재판부는 경호처 내부에서 추가 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경호처 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정 삭제 조치를 실시한 건 보안 조치 가운데서는 효과적"이라며 "사후적으로 미흡하거나 더 바람직한 방법이 있다고 해서 증거인멸의 고의가 있다고 추단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 비화폰 계정 삭제에 대해서도 "반납 경위가 다소 이례적이긴 하나 그 자체만으로 비정상적이라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2024년 12월5일 밤 박 전 처장에게 비화폰 반납 의사를 밝혔다. 당시 박 전 처장은 비서관을 통해 비화폰을 수거해 경호처 경호지원본부장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심리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2심 선고공판에서 비화폰 삭제 지시가 위법하단 판단을 받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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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 전 처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박 전 처장의 범행으로 인해 유일한 객관적 물증이 인멸됐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 증거로 사용될 수 있던 자료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