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재개발 예정 구역' 주민 불안
구청 대응에도 한계…사유 건축물은 '소유자 책임'
전문가들 "지자체 적극 안전 조치 필요"

"건물이 너무 낡아서 비가 오면 말도 못 해요.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새는 비를 닦아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재개발 예정 구역인 서울 마포구 아현1구역에 사는 70대 정모씨는 "특히 바람이 집 쪽으로 심하게 부는 날에 비가 많이 샌다"며 "재개발될 건물이라 많이 낡았는데 집주인이나 지자체가 지원해준단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노후 주거지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재개발 예정 구역은 건물 보수가 시급한 상황에서도 건물주들이 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후 주택의 누수와 균열로 침수 위험이 큰 만큼 선제적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일 본지가 찾은 아현1구역 일대에서는 골목 곳곳에서 노후 흔적이 눈에 띄었다. 콘크리트 담벼락과 계단 곳곳에는 균열이 가 있었고, 오래된 주택 안쪽 벽과 천장에는 수년간 빗물이 스며든 흔적인 누런 얼룩이 남아 있었다.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로 알려진 이 지역은 최대 59m의 높이 차가 나는 경사 지형에 자리해 침수 등 재난에 취약하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인근 반지하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백모씨(72) 집에도 빗물이 스며들었다. 백씨는 젖은 벽지와 바닥을 연신 걸레로 훔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5월에 새로 도배를 했는데도 벽지가 금세 울어버렸다"며 "곰팡이가 다시 생기면 피부 알레르기가 심해질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이 일대에 50년째 거주 중인 유모씨(62)도 "오래된 동네라 담벼락 곳곳에 금이 가 있어 불안하다"며 "창틀이 낡아 비가 오면 집 안으로 빗물이 들이친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침수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풍수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관내 반지하 주택 중 자력 대피가 어렵거나 침수 이력이 있는 597가구를 최우선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가구에는 기상특보 발령부터 침수 발생까지 단계별 대응 기준과 유관기관 공조 체계를 담은 매뉴얼을 적용하고 있다. 침수 취약지역은 CCTV(폐쇄회로TV) 연계 모니터링을 통해 중점 관리 중이다.
다만 건축물관리법 등 규정상 사유 건축물의 유지·점검·보수 책임은 소유자에게 있어 지자체 개입에 한계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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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은 우기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만큼 사업 추진 주체에 위험요인을 발견할 경우 신속히 조치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을 앞둔 지역의 관리가 소홀해지기 쉬운 만큼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재개발을 앞둔 건물에는 소유주가 시설에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구조적으로 붕괴 우려가 있는 시설에 대해선 지자체도 선제적인 안전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집중호우 시 쓰레기가 떠내려와 하수구를 막는 등 돌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청소해둬야 한다"며 "재개발 예정 구역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유사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