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전 30℃ 육박…더위에 시장 '한산'
노인들로 북적인 탑골…"밥도 먹고 더위도 피하고"

"그냥 날씨가 '죽음'이라고 보면 돼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가방 매장에서 일하는 A씨는 연신 땀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이동식 에어컨 호스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면서도 한 손으로는 부채질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덥기만 한 게 아니라 습하기까지 하니 불쾌감이 심하다"며 "건물 안 상점은 그나마 낫지만 우리처럼 야외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기온은 30도에 육박했다. 시장 상인들은 손선풍기와 부채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건물 내부 상점은 에어컨 덕분에 비교적 시원했지만 외부 매장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까지 더해져 체감온도가 훨씬 높았다. 햇볕이 강해진 오전 10시30분쯤부터는 상인들이 하나둘씩 그늘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해마다 폭염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 고춧가루를 판매하는 B씨(85)는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다"며 "이런 날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장재를 파는 C씨도 "가게 안 에어컨이 있는 곳과 밖을 오가며 잠깐씩 쉬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시장 안 인기 식당도 손님이 드물었다. B씨는 "아침에 만원어치 판 게 전부"라며 "평소 손님의 20%만 와도 감사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50명이 넘는 노인들이 더위를 피해 모였다. 팔각정과 벤치 그늘마다 누워 더위를 피했고 한 노인은 야구모자 위에 종이상자를 덧대 직접 만든 넓은 챙 모자로 강한 햇볕을 막았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들은 공원을 돌며 노인들의 안부를 살폈다. 서울시가 폭염 대응 차원에서 무료 생수를 나눠주자 곧바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공원 입구에 준비된 생수 600병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소진됐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집이나 무더위쉼터보다 공원을 찾는 이유로 무료 급식과 그늘을 꼽았다.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원에서 300m가량 떨어진 무더위쉼터 두 곳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80대 남성 D씨는 "급식을 먹으려고 김포에서 새벽부터 왔다"며 "살면서 가장 더운 여름인 것 같아 양산과 우산을 모두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E씨(94)도 "어제도 공원에 왔는데 너무 더워 말도 안 나오더라"며 "나이가 들수록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는 게 느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로 공원을 찾는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은 "집에 에어컨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공원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90대 F씨 역시 "더운 날에는 공원 그늘이나 집 근처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여름을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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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날 경북 포항과 경산에는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 11일 하루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99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