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살처분·폭염에 산란계 줄며 '계란값 고공행진'
정부 대책 나섰지만…현장 부담 여전
김밥·전·빵까지 원가 부담 커져…"가격 올리기도 어렵다"

"가게를 시작한 4년 전만 해도 계란 한 판이 5000원대였는데 요즘엔 1만원 가까이 해요."
27일 서울 은평구에서 만난 분식집 사장 50대 장모씨는 "계란값이 너무 올라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는 "김밥에서 계란을 뺄 수도 없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난감하다"며 "한 판에 1만원이 넘어가면 가게를 접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값이 치솟으면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특란 10구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전날 기준 4256원으로 1년 전(3736원)보다 13.9% 올랐다. 평년(3545원)과 비교하면 20.1%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직격탄이다.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59)는 "예전에는 계란 한 판이 75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만원대"라며 "체감상 식재료비가 10% 넘게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박정숙씨는 "전을 부치느라 매주 계란 15판 정도를 쓴다"며 "국산 계란만 고집하고 있는데 재료비 부담이 커 적자를 보는 날도 있다"고 했다.
제빵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1)는 "에그타르트가 주력 메뉴라 매주 품질 좋은 계란으로 5000개 정도를 사용한다"며 "최근 계란 한 알 가격이 약 50원 오르면서 한 달치로는 100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해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가계 부담도 커졌다. 이날 은평구 한 식료품점에서는 계란 가격표를 확인한 뒤 구매를 망설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30구짜리 계란 한 판을 집어 든 이승기씨(61)는 "예전에는 한 달에 두 판씩 샀는데 지금은 한 판만 산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A씨도 "계란은 할인할 때만 사고 있다"며 "할인 상품이 없으면 아예 안 먹는 편"이라고 했다.

계란값 상승은 지난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공급이 줄었고, 올여름 폭염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 기온이 높아지면 산란계가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율이 떨어지는 탓이다.
정부는 수입 확대를 통해 공급 안정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 중심이던 신선란 수입선을 태국과 브라질 등으로 넓혔다. 현재까지 신선란 1억161만개에 대한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이 가운데 5224만개가 국내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