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야 돼" "공부 잘 돼" 약에 손 댔다…응급실 간 10대, 3000명 육박

"살 빼야 돼" "공부 잘 돼" 약에 손 댔다…응급실 간 10대, 3000명 육박

최문혁 기자, 박진호 기자
2026.07.29 05:58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기획]클린 스쿨-마약 없는 학교②여학생, 남학생의 4배…"중독 위험도, 범죄 인식도 없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에 마약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부 청소년의 일탈도 아닙니다. 공부 잘하겠다고, 살 빼겠다고 먹은 약은 오남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에서 메신저로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상으로 파고든 청소년 마약 실태를 알아보고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청소년이 3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1.
지난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청소년이 3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1.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을 찾는 10대 청소년이 3000명에 육박한다. 특히 10대 여학생 수가 남학생의 4배를 넘는다. 이른바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디에타민 등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다이어트약이 청소년 약물 중독의 유입 통로로 자리잡으면서다.

29일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10~19세 청소년은 2994명으로 전년(2459명) 대비 약 21.8% 늘었다.

특히 여학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을 찾은 15~19세 여학생은 1342명으로 같은 연령대 남학생(324명)의 4배를 웃돌았다. 연령대를 낮추면 성별 간 격차는 더 컸다. 10~14세 여학생은 418명으로 남학생(79명)의 5배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성별 격차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다이어트약 오남용을 꼽는다. 외모에 대한 압박과 체중 감량에 대한 관심이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나비약'으로 불리는 디에타민이다. 디에타민은 식욕 억제 효과가 있어 10대 청소년 사이 다이어트약으로 유행했다. 디에타민은 펜터민 성분을 함유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하거나 복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공부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소문이 퍼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도 청소년들이 찾는 대표적인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시험 기간을 앞두고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불법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SNS와 텔레그램,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한 불법 거래가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이 마약류 의약품을 찾다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 22일 디에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거래한 판매책 2명과 매수 시도자 20명 등 2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매수 시도자 가운데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약을 구매하려던 17세 고등학생 등 10대 여성 2명이 포함됐다.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양은영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인증 마약예방강사는 "요즘 텔레그램에서는 불법으로 다이어트약을 버젓이 판매하는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 청소년들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다이어트약이나 ADHD약을 '마약류 의약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마약류 의약품 복용을 막기 위해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강사는 "청소년들은 마약류 의약품을 다이어트 보조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가볍게 생각해 중독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ADHD약은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며 "청소년들과 직접 대화해보면 마약류 의약품에 대해 범죄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문혁 기자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 최문혁 기자입니다.

박진호 기자

사회부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https://open.kakao.com/o/s8NPaEUg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