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톡톡]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박민정 변호사, 김성남·신정훈 변리사, 이정 미국변호사

동아에스티의 '베믈리아', 대웅제약의 '베믈리버', 삼일제약의 '베믈리노'. 3년 가까이 시장에서 판매되던 제네릭(특허 만료 후 동일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 B형간염 치료제 이름들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제품들은 이름을 바꿨다. 대법원이 오리지널 '베믈리디'와 너무 비슷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해서다.
대법원 판결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대리해 이끌어냈다. 박민정 변호사와 김성남·신정훈 변리사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번 사건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제네릭 상표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존 판례를 뛰어넘기 위해 법리보다 실증자료 확보에 집중한 결과"라고도 했다.
실제로 판결이후 동아에스티와 대웅제약, 삼일제약은 각각 제품명을 변경하고 포장재 교체 등 후속 절차에 착수했다. 이미 시판 중인 전문의약품의 제품명까지 변경하게 한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제약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작명 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이 어려웠던 건 기존 판례를 뒤짚어야 했기 때문이다. 기존 판례는 전문의약품 상표의 유사성을 의사·약사 등 전문가의 인식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 대리인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A'라는 단어가 특정 성분을 뜻한다면 'A'라는 표현을 사용해 제품명을 유사하게 만들어도 판매 중지 등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 앞서 대법원은 '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이 유사한 표현이지만 '글리아'라는 부분이 성분이나 효능을 연상시키는 의미를 가져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앤장은 기존 판례를 깨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확보해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박 변호사는 "먼저 베믈리디의 'VEM' 부분이 흔히 쓰이는 의학용어가 아니고 효능을 의미하지도 않는 데다 창작한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앤장은 일반인 1000명과 의사·약사 6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고 처방 프로그램 검색 화면과 시장에서 발생한 실제 의약품 혼동 사례를 수집했다. 상대방이 제출한 40여편의 논문을 재분석해 'VEM'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학 약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의학용어사전과 생성형 AI(인공지능) 검색 결과까지 제시했다.
결국 특허법원은 기존 판례를 깨고 "전문의약품 상표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일반 소비자의 인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의료 전문가뿐 아니라 환자 역시 제품명을 접하고 기억하는 주체인 만큼 그들의 혼동 가능성도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특허법원의 판결을 심리불속행기각(재판에서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해 길리어드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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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리사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이름을 연상시키는 제네릭 상표를 짓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며 "지식재산권 강국을 지향하면서도 이런 폐습이 남아 있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신 변리사는 "판결이 나온 뒤 실제로 제품명이 바뀌고 약국에서 기존 제품이 회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을 바꾸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했구나'라는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