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려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까지 양산은 쳐다도 안 봤는데 올해는 너무 더워져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외출할 때면 제일 먼저 양산을 챙깁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이같이 말했다.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6일 오후 12시부터 12시30분 사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건물 밖을 나온 직장인 남성 10여명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양산을 쓴 채로 걸었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양산을 들고 외출하는 남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40대 남성 B씨는 "양산을 쓰는 게 쑥스럽고 주위 시선도 신경 쓰여 고민했는데 손풍기보다 양산이 훨씬 더위를 잘 막아준다. 한 번 써보니 멋을 따지거나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30대 남성 C씨는 "양산은 어머니 나이대 분들만 쓴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너무 더워서 직접 샀다"면서 "막상 써보니 남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물건이다. 생각보다 해를 잘 막아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판매량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8월 2일까지 GS25의 우양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0% 증가했다. 30대 남성 D씨는 "무채색에 심플한 디자인이 많아 거부감이 크지 않다"며 "생일 등에 선물로 주고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산은 중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색깔이 화려하거나 꽃무늬와 같이 패턴이 눈에 띄는 제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에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GD)을 향해 '양산을 유행시켜달라'는 글이 밈처럼 확산하는 현상에서 이같은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스러운 양산을 꺼내 들고 다니기 어려운데 패션 아이콘인 지드래곤이 젠더리스 유행으로 이끌어주면 심적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지드래곤은 2024년 같은 그룹 멤버 대성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누리꾼들의 요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과거 한 누리꾼의 댓글을 소개하며 "'나 남자인데 더운 날에는 양산 정말 쓰고 싶다. 지드래곤 같은 애들이 먼저 몇 번만 쓰고 다니면 될 텐데'라고 양산을 써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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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양산이 꽃무늬가 많고 그러다 보니 남성, 젊은 여성분들도 잘 안 쓰지 않냐?"라며 "내가 양산을 쓰면 안 이상해지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 착용한 남성들이 느낀 대로 양산은 햇볕을 직접 차단해 자외선 노출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가 최대 10도까지 낮아진다.
같은 온도에서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체감온도가 크게 높아지고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부담도 커진다. 양산을 쓰면 얼굴·목·어깨 주변에 생긴 그늘이 직사광선을 가려 체감 더위를 줄여준다. 일광화상, 색소침착 등 피부 손상을 예방할 수도 있다.
모자보다도 효과가 좋다. 모자는 햇빛을 가리지만 머리 전체를 덮기 때문에 열이 빠져나갈 수 없다. 양산은 머리 위에 그늘을 만들어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열 축적을 줄인다.
양산을 고를 때는 우선 자외선 차단 성능을 따져봐야 한다. 살 길이가 650mm 미만인 제품은 자외선 차단율이 85% 이상, 650mm 이상인 제품은 90% 이상이어야 표준 양산 기준을 충족한다. 제품에 표기된 'UV 90%', 'UV 99%' 등 자외선 차단율을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색깔은 바깥쪽은 흰색처럼 햇빛을 잘 반사하는 밝은 색, 안쪽은 검은색과 같은 어두운색으로 지면에서 올라오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제품이 효과적이다.
소재는 폴리에스터나 면이 좋다. 촘촘하고 두께감이 있어 자외선 차단 효과가 크다. 레이스나 망사처럼 성긴 소재는 빛이 통과해 자외선 차단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비싸다고 자외선 차단 효과가 더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우양산 12종을 시험한 결과 암막 제품 10종은 모두 자외선 차단율 99.9%였다. 8500원, 9900원짜리 제품이 3만5000원대 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