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회적 법익 훼손" vs 검찰 "개인 법익 침해"…법리 해석 엇갈려

거짓 정보를 이용해 2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경찰 수사 약 1년9개월 만에 검찰에 넘겨졌다. 수사 장기화에는 경찰과 검찰 간 법리 해석 차이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피해를 넘어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범죄로 보고 사기죄가 아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3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받는 방 의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이재상 하이브 대표와 권용상 전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 사모펀드 관계자인 김창희 뉴메인에쿼티 대표와 양준석 이스톤PE 대표 등도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관련 수사를 20개월 넘게 끌고 온 배경에는 적용 혐의를 둘러싼 검찰과의 의견차이가 영향을 미쳤다. 경찰은 하이브 경영진이 상장 관련 정보를 독점해 기존 주주와 사모펀드 투자자 사이 정보 격차를 만든 뒤 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일련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죄는 개인적 법익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사회적 법익을 훼손할 경우 적용한다"며 "조직적 범행으로 사회적 법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자본시장 분야별 전문가들이 가담한 조직적·계획적 금융·증권범죄라고 판단했다. 상장에 따른 차익을 얻는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사측과 사모펀드 관계자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였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이 양쪽 조직에 모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사회적 법익 훼손보다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주주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주식을 매도하게한 행위가 개인의 법익을 침해한 사안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이 아닌 사기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같은 법리 해석 차이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신청된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나 반려됐다. 자본시장법 적용을 위해서는 사회적 법익 침해 여부에 대한 소명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경찰과 검찰 간 적용 혐의를 둘러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던 만큼 검찰이 재차 보완수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검찰은 지난해 압수수색 영장과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는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법원에 청구했지만, 같은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은 반려했다.

검경 법리 해석 차이 외에도 수사가 장기화된 또 다른 배경으로는 현행법상 금융당국의 관련 자료 통보 경로가 검찰로 한정돼있다는 점이 꼽힌다. 경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공유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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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자체 인지한 자본시장 범죄를 수사하며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 의장 등 피의자들은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전인 2019년 8~10월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하이브 임원이 설립한 사모펀드(PEF)가 세운 특수목적법인에 지분을 팔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방 의장과 공범들이 이같은 수법을 통해 총 263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방 의장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제기된 내용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일관되게 소명해왔다"며 "향후 절차를 통해 의혹이 투명하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