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음주 미국 경쟁당국과 양자회담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공정위의 '쿠팡 때리기'와 관련해 한미 간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에 대한 논의 가능성도 있어 공정위도 충실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이달 셋째 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ICN(국제경쟁네트워크) 경쟁당국 수장회의와 미국 뉴욕의 포덤대 로스쿨에서 개최하는 '제53회 국제 반독점법 및 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DOJ(미국 법무부)· FTC(연방거래위원회)와 양자회담을 추진 중인 만큼 공정위의 관심도 회담에 쏠리는 분위기다.
양자회담의 공식 의제는 경쟁법 집행 관련 내용으로 설정됐다. 다만 공정위·쿠팡의 갈등이 연일 논란이 되는 만큼 비공식 의제로 쿠팡이 언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배경엔 수년째 이어진 쿠팡과 공정위의 갈등이 자리한다. 이들은 납품업체 단가 인하 요구, 광고비 부당 수취 의혹, 배달앱 최혜대우, 유료 멤버십 끼워팔기 등 각종 사건으로 얽혀왔다. 특히 쿠팡은 납품업체에 목표 마진 달성을 위해 납품단가 인하나 광고비 등을 요구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 2월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달 쿠팡의 현장조사 거부로 갈등은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지난달 19~24일 네 차례에 걸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 확보를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섰으나 쿠팡이 이를 거부했다.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계기로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에 현장 조사 거부와 관련한 형벌 조항 도입까지 검토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무엇보다 정부 안팎에선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공정위를 비판하는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쿠팡이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 연방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1일 보고서를 내고 한국 정부가 쿠팡을 제재하는 것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쿠팡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단 취지에서다. 쿠팡이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공정위에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쿠팡의 조사 거부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번 한미 양자회담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 같은 혼란스런 분위기 속에서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정위도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미국 측에서 쿠팡과 관련해 현장에서 질문이 나올 경우를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주 위원장은 그간 쿠팡에 대한 차별 논란에 대해 차별 없이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식 의제는 일반 경쟁법 집행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고 쿠팡 문제가 공식 의제는 아니다"라며 "미국 측에서 쿠팡 문제에 대해 물어본다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