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9월18일. 경기 파주시에서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8세 여아가 한 남성에게 성추행당했다. 수사기관은 범인의 DNA까지 확보했지만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고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16년 뒤 밝혀진 범인은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이었다. 당시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앞두고 있던 그는 과거의 범행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다시 수감됐다.
김근식은 2000년 서울 용산구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06년 5월8일 출소한 그는 불과 보름여 만에 다시 범행을 시작했다.
김근식은 같은 해 9월 붙잡힐 때까지 넉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인천과 경기 일대를 돌아다니며 9~17세 여학생 12명을 잇달아 성폭행했다.
그는 혼자 등교하거나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교직원의 지인이나 교회 방문자라고 속여 접근했다. 이어 "차에 있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는 등 말로 자신의 승합차에 타도록 유인한 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 범행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김근식은 동생 여권을 이용해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현지에 정착하지 못하고 귀국했고 이후에도 범행을 이어갔다. 여관을 전전하던 그는 경찰이 공개수배에 나서자 결국 자수했다.
조사 결과 김근식은 성적 콤플렉스로 인해 성인 여성과 정상적인 성관계에 어려움을 겪자 아동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김근식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복역 중에는 동료 재소자들을 폭행해 추가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당초 2021년이었던 출소 시점도 2022년 10월로 늦춰졌다.

김근식 출소가 다가오자 지역사회의 불안감도 커졌다. 출소 후 경기 의정부시의 한 시설에 머물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대 집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출소를 불과 사흘 앞두고 새로운 성범죄 신고가 접수됐다. 한 여성이 16년 전 인천에서 김근식에게 성추행당했다며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것이다.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인 데다 김근식이 과거 필리핀으로 도주했던 전력 등을 고려해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출소를 눈앞에 뒀던 김근식은 다시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받게 됐다.
검찰은 신고된 사건뿐 아니라 김근식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천·경기 지역의 미제 성범죄 사건을 전수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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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 신고가 들어온 인천 사건에서는 김근식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제사건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16년 전 경기 파주에서 발생한 또 다른 성범죄와 김근식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검찰이 주목한 것은 2006년 9월18일 경기 파주에서 발생한 8세 여아 강제추행 사건이었다.
당시 범인은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피해자를 야산으로 유인해 흉기로 위협한 뒤 강제 추행했다. 수사기관은 범인의 DNA를 확보했지만 당시에는 신원을 특정하지 못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16년 만에 사건 기록을 다시 꺼내 든 검찰은 당시 확보한 신원미상 남성의 DNA와 김근식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감정 결과를 토대로 김근식을 추궁했고 결국 범행을 자백받았다.
김근식은 이 강제추행 사건과 재소자·교도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김근식에게 성 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 명령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근식을 진료한 정신과 전문의는 재범 위험이 있고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원은 교도소에서 성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점과 나이가 들면서 성도착증이 완화될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
김근식은 2027년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출소 후 경기 파주시 월롱면의 한 시설에 입소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고 파주시도 입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