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식 없이 사망한 장남, 사망 시 아내가 상속' 관습법 '합헌' 결정

헌재, '자식 없이 사망한 장남, 사망 시 아내가 상속' 관습법 '합헌' 결정

이혜수 기자
2026.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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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9월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9월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법이 시행되기 전 호주(戶主) 제도가 존재하던 시절 호주가 아닌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재산을 아내가 상속하도록 한 옛 관습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17일 재판관 6(합헌) 대 3(각하) 의견으로 '호주 아닌 기혼의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은 아내가 상속한다'는 옛 관습법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6명(김상환 소장, 김형두·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해당 관습법이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단에 앞서 관습법이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이들 재판관은 관습법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재판관 6명은 "이 관습법이 피상속인(남편)의 직계존속(자식)에 앞서 아내가 단독으로 재산을 상속받도록 규정한 것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 관습법에 따라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했다"고 밝혔다.

이들 재판관은 호주제가 존재하던 민법 시행(1958년) 전인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했다. 이들은 "호주제의 본질상 호주의 재산은 호주 개인의 재산이라기보단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된 집안의 재산으로서 가급적 분산되지 않을 필요가 컸다"면서도 "반면 호주가 아닌 가족이 독자적으로 형성·소유한 재산은 그 직계비속들이 평등하게 공동으로 상속하거나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함으로써 재산이 분산되더라도 집안의 유지·승계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습법이 아내를 상속순위에서 직계존속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 상속제도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관습법이 형성·적용되던 시기에 아내에게 우선적인 상속순위를 인정한 건 혼인 공동재산의 형성에 대한 아내의 기여를 일정부분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 "당시 여성의 사회 진출 및 경제활동이 곤란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남편의 사망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아내의 생계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정형식·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관습법이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습법의 효력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률'과 대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이 사건은 망인 A씨의 조카들이 "관습법이 합리적 이유 없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을 차별대우하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1919년 5월 사망할 당시 아내는 있었으나 자녀는 없었다. 호주는 A씨의 아버지였다.

이후 1980년 일제강점기 작성된 문건에 기반해 A씨 소유의 경기 파주시 땅이 있다는 토지대장부가 복구됐다. 1983년 해당 부지는 경의·중앙선 지하철 선로 부지로 사용하며 대한민국이 명의 소유권 보존등기를 마쳤다. 이에 A씨 조카들은 자신들이 상속받은 땅이라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1, 2, 3심 모두 패소했다. 이에 불복한 조카들은 2022년 헌법재판소에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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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사회부 이혜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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