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여행중 쓰러진 50대…'시신 기증' 시모 이어 3명 살리고 떠나[오따뉴]

딸과 여행중 쓰러진 50대…'시신 기증' 시모 이어 3명 살리고 떠나[오따뉴]

남형도 기자
2026.10.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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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후 의식 회복 못해…평소 다른 이들 챙기던 '따뜻했던 아내, 엄마'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살만합니다. [오따뉴 : 오늘의 따뜻한 뉴스]를 통해 그 온기와 감동을 만나보세요.
뇌사 후 세 사람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구진희씨(55)./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사 후 세 사람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구진희씨(55)./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지난달 12일. 딸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구진희씨(55)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뇌출혈이었다. 이후 국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구씨는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구씨는 생전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싶단 뜻을 보여왔다.

그의 남편 김기선씨는 "평소 아내와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을 하면 좋은 일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딸들도 아내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21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시신 기증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딸들도 엄마의 가르침대로 '남을 돕고 선한 영향을 주자'는 뜻에 따라 기증에 동의했다.

뇌사 장기 기증으로 3명의 환자가 새 삶을 얻게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서 구씨가 세 환자에게 간과 신장(양측)을 나누고 떠났다고 7일 밝혔다.

25년간 몸 아픈 와중에도 해외 봉사 다녀

구진희씨 가족이 여행 가서 행복해 하는 모습./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구진희씨 가족이 여행 가서 행복해 하는 모습./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살면서 아픈 날도 많았다. 구씨는 2001년 임신 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진단받았다. 치료가 쉽지 않아 25년간 입원을 반복해야 했다.

몸이 아플 때도 가족을, 주변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2015년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부산으로 간 뒤에는 남편 회사 직원과 가족이 어려울 때도 힘이 되어줬다. 아픈 이들을 문병해 위로하고, 캄보디아와 몽골 등으로 해외 봉사도 다녔다.

몸 상태가 나을 땐 가족 여행을 갔다. 구씨의 큰 즐거움이었다. 마지막 여행이 된 베트남에서 구씨는 작은딸 지원씨에게 이리 말했다. "엄마가 힘들어도 이거 보여주려고 같이 왔어." 그 말은 딸에게 깊이 남았다.

남편 김씨는 "여보, 당신을 만난 지 33년,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 잘 간직할게.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사랑하고 정말 고마웠어. 안녕"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큰딸 지수씨는 "앞으로도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엄마의 가치관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작은딸 지원씨는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행복했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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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시작하던 마음 잊지 않고 좋은 글 쓰겠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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