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류현진(26,다저스)의 선발 등판 일정이 연기됐다. 이유는 '허리 통증'이다. 류현진을 대신해 크리스 카푸아노가 선발로 나선다. 추신수와의 '리턴 매치'도 아쉽게 불발됐다.
'MLB.COM'은 5일(한국시간) "류현진이 허리가 결리는 증상이 나타나 7일 신시내티전 등판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당초 류현진은 5일 콜로라도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매팅리 감독은 '6선발' 로테이션을 가동, 에딘손 볼케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왜 갑자기 류현진은 허리에 통증을 느꼈을까.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부상 상태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류현진이 현재 허리 쪽에 통증이 남아 있는 상태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의 부상은 지난달 31일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 시도했던 슬라이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콜로라도전 등판 연기 역시 이 '허리 통증'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가볍게 생각했던 통증이 생각보다 오래 간 것이다.
당시, 류현진은 2사 2루에서 타석에 나와 동점타를 친 뒤 푸이그의 좌전 안타 때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했다. 홈에서 대접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슬라이딩까지 시도하며 역전 득점에 성공했다.
'폭풍 질주'에 이은 '투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야구팬들의 가슴도 철렁했다. 류현진의 슬라이딩이 다소 어색했기 때문이다. 엉덩방아 찧기에 가까운 '꽈당' 슬라이딩. 무거운 체중이 한 곳에 쏠릴 수 있는 상황이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투수 류현진은 7년 간 국내에서 뛰는 동안 슬라이딩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이번엔 전력질주였다. 부상 방지 차원에서 시도하는 슬라이딩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넘어지면서 왼손까지 짚었다. 땅에 쓸린 손바닥과 손목에도 충격이 갔을 터…. 류현진이 공을 잡고 던지는 왼손이었다. 류현진은 득점에 성공한 뒤 자신의 두 손을 잠시 살펴보기도 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슬라이딩 상황에 대해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포수에게 공이 오는 것을 느낀 뒤 급한 마음에 슬라이딩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된 것 같다"며 "창피한 슬라이딩이었다.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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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묘하게도 한 장면이 오버랩됐다. 바로 지난 2005년 뉴욕 메츠 시절의 구대성이었다. 당시, 2루 주자 구대성은 후속 타자의 보내기 번트 때 3루까지 간 뒤, 빈틈을 살피다 갑자기 홈으로 쇄도했다. 결과는 성공. 당시, 메츠 구단은 이 장면을 '시즌 최고의 플레이'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슬라이딩의 후유증은 상상 이상이었다. 구대성은 보름 뒤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곧이어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뒤 끝내 방출됐다. 멋진 투혼이라고 보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 컸다. 훗날 구대성은 슬라이딩을 하면서 오른 옆구리와 왼 어깨 근육이 뭉쳤고, 그걸 모르고 투구를 하다가 부상이 커졌다고 밝힌 바 있다.
'루키' 류현진은 올 시즌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와 함께 팀 내 완벽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수 년 간 다저스의 미래를 이끌어 갈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이번 류현진의 슬라이딩 투혼은 보는 팬들에게 탄성과 웃음을 안겼을 지 모르나 마냥 감탄할 일은 아니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류현진의 역투를 펼치는 모습이지, 결코 류현진의 '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