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사인&트레이드, '신의 한수'인가 '꼼수'인가

프로농구 사인&트레이드, '신의 한수'인가 '꼼수'인가

김동영 기자
2014.05.16 14:12

[기자수첩]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전주 KCC로 이적한 김태술. /사진=KBL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전주 KCC로 이적한 김태술. /사진=KBL

프로농구 FA 시장에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갔다. 지난 15일까지 있었던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에서 대어급 대부분의 선수들이 계약을 마쳤다. 이번 FA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사인&트레이드'다. 하지만 진정한 FA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FA 선수들은 원 소속구단과 협상을 진행했다. FA를 신청한 47명 중에 20명이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했다. 대부분 최대어급들이다. 문태종(1년-6억원), 함지훈(5년-5억원), 양희종(5년-6억원), 주희정(2년-2억 2000만원), 정영삼(5년-4억원), 김영환(5년-3억 5000만원) 등이 각각 원 소속구단과 계약을 마쳤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원 소속팀과의 계약 기간 동안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이른바 '사인&트레이드'다.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부산 KT로 이적한 이광재. /사진=KBL 제공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부산 KT로 이적한 이광재. /사진=KBL 제공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김태술은 5년-6억 2000만원에 원 소속구단 KGC인삼공사와 FA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곧바로 전주 KCC의 강병현-장민국과 트레이드 돼 이적했다. 또 이광재 역시 원주 동부와 5년-2억 7천만원에 계약을 체결한 뒤 부산 KT 가드 김현중-김종범과 트레이드 돼 팀을 옮겼다.

문제는 이 '사인&트레이드'가 한국 프로농구의 FA 시장이 낳은 일종의 '꼼수'라는데 있다. 한국 프로농구 FA 시장은 다른 종목의 FA와는 조금 다르다. 원 소속구단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시장에 나와 다른 팀들과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선수는 타 구단의 영입의향서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한 팀만 영입의향서를 제출했다면, 무조건 그 팀으로 가야 한다. 그나마 두 팀 이상이 제출하는 경우에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영입의향서를 받지 못한 선수는 오롯이 원 소속구단과 재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선수가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FA제도지만,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는 신인 드래프트때나 FA때나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또 다른 부분도 있다. 바로 보상선수다. 프로농구 FA 제도에서는 한 팀이 '만 35세 이상 선수'이며 '보수총액이 30위 이내'에 드는 선수를 영입할 경우, 그 선수의 원 소속구단에 보상선수를 1명+전년 보수 50%, 혹은 전년 연봉의 200%를 내줘야 한다.

하지만 돈으로 받기를 원하는 구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대어급을 영입할 경우 대부분 이 조건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수 출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인&트레이드'다. 현 제도 하에서는 구단과 선수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선수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고, 구단은 보상이라는 출혈을 피할 수 있다. 덤으로 원하는 선수까지 받아올 수 있다. 김태술, 이광재의 경우 일단 계약은 원 소속구단과 맺었기 때문에 다른 구단이 보상을 피할 수 있었다.

사실 FA 제도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대어급 이상의 선수들이야 '사인&트레이드'를 비롯한 여러 방식으로 이적이 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자유로운 이적이 쉽지 않은 제도다. 당연히 선수들은 아쉬움을 나타낸다.

구단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소 빡빡한 보상제도와 샐러리캡의 한계 등의 이유로 아쉬움을 표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사인&트레이드'다. 현 제도하에서는 절묘한 선택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FA 시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꼼수'일 뿐이다.

결국 FA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보상 규정을 완화한다던지, 샐러리캡을 인상해 구단들이 다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영입의향서 제도 역시 FA 제도를 위해서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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