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영원히 파이어리츠 선수다.”
벤 체링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단장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담당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해적 선장’ 앤드류 맥커친(39)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섭섭함을 표출한 ‘프랜차이즈 스타’ 맥커친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됐다.
2009년 피츠버그에서 데뷔해 2013년 내셔널리그(NL) MVP를 받으며 전성기를 보낸 5툴 중견수였던 맥커친은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 2013~2015년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피츠버그의 마지막 전성기에 맥커친이 있었다. FA를 앞두고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스몰마켓’ 피츠버그는 2018년 1월 맥커친을 어쩔 수 없이 트레이드했다.
2018~202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밀워키 브루어스를 거친 맥커친은 2023년 피츠버그로 돌아왔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팬들은 환대했다. 예전 같은 실력은 아니었으나 통산 2000안타, 300홈런 모두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달성하며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135경기 타율 2할3푼9리(477타수 114안타) 13홈런 57타점 OPS .700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만 39세로 자연스러운 에이징 커브였고, 피츠버그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앞서 3년 연속 연봉 500만 달러에 맥커친과 1년 계약했지만 성적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춘 올해는 그와 동행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에 맥커친이 섭섭함을 드러냈다. 지난달 25일 열린 피츠버그 구단 팬 페스트에 초청받지 못하면서 폭발했다.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구단 입장에서 초대하기도 부담스러웠을 텐데 맥커친은 그게 또 섭섭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궁금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애덤 웨인라이트, 알버트 푸홀스, 야디어 몰리나에게 이렇게 했나? LA 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에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미겔 카브레라에게?”라며 다른 팀에서 성대하게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과 달리 푸대접받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면 선수로서 팬들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 세월 응원한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이건 야구보다 중요한 것이다”며 아쉬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츠버그는 맥커친과 같은 우타 지명타자인 마르셀 오즈나와 1년 1200만 달러 FA 계약을 합의했다. 맥커친에겐 사실상 결별 통보. 오즈나의 계약 소식이 나온 뒤 맥커친은 SNS 프로필에 피츠버그의 흔적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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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커친과 결별하는 분위기로 굳어졌지만 체링턴 단장은 불씨를 남겨놓았다. “맥커친은 언제나 파이어리츠 선수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거라 믿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파이어리츠 선수”라고 강조한 체링턴 단장은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되든 맥커친과 매우 강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건 한순간일 뿐이다. 우리 앞에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영원이라는 아주 긴 시간이다. 파이어리츠는 맥커친에게 완전히 문을 닫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를 대하는 방식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오프시즌 초반 맥커친과 대화를 나눴고, 2026년에는 팀이 더 많은 승리를 위해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오프시즌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최근 10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고, 최근 2년은 지구 꼴찌로 바닥을 긴 피츠버그는 올겨울 전력 보강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31홈런을 터뜨린 2루수 브랜든 로우를 트레이드로 데려왔고, 지난해 올스타 외야수 라이언 오헌을 2년 2900만 달러에 FA 영입했다. 이어 홈런왕 출신 오즈나를 잡아 약점인 타선을 끌어올렸다.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NL 홈런왕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도 4년 1억2500만 달러를 제시하는 등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체링턴 단장은 “팀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다고 확신한다. 때로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이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맥커친에게 엄청난 리스펙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와 강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며 “지금은 브레이든턴에 있는 선수들과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높은 기여도와 상징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선수로서 가치는 끝났다고 본다. 이제는 성적을 내야 할 시즌이고, 수비가 안 되는 생산력 낮은 지명타자를 낭만이란 이유만으로 안고 있을 수 없다.
반면 맥커친은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 SNS에 그는 “지금 당장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39세로 커리어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매년 여전히 더 나아지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더 남아있고, 난 끝나지 않았다. 여러분이 내게 어떤 꼬리표를 붙이려 하든 상관없다. 내 유니폼을 찢어라. 내 미래를 쓰는 건 당신들이 아니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프랜차이즈 선수의 은퇴 타이밍을 잡는 건 구단 입장에서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선수가 결심하지 않으면 결국 파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피츠버그에서 아름다운 은퇴를 꿈꾼 맥커친의 현실도 그렇다.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는다면 피츠버그에서 은퇴하겠다는 꿈은 불발된다. 맥커친의 노욕일지, 피츠버그의 홀대일지는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