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딛고 2017년 이후 9년 만에 2라운드(8강)에 진출, 조금 더 넓은 세계를 경험했다. 몇몇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반적으로도 팀 홈런 공동 7위(7개), 팀 타율 9위(0.222), 팀 OPS 8위(0.725), 팀 탈삼진 8위(41개) 등으로 20개국 중 8강에 어울리는 성적을 냈다.
냉정한 현실도 직면했다. 2025년 12월 31일 시점 세계랭킹 4위 한국은 체코(15위), 호주(11위) 등 프로리그조차 없는 팀을 이겼을 뿐, 프로리그가 있는 일본(1위), 대만(2위), 메이저리거들이 나선 도미니카 공화국(12위)에는 패배했다. 특히 야구팬들에게는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대만을 상대로 한 WBC 대회 첫 패배가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한국이 대만에 질 수도 있다는 시선은 시작 전부터 존재했다. WBC 시작 전 현장에서 만난 한 고교야구 감독 A는 스타뉴스에 "지금 대만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10년, 15년 전만 해도 우리 고교팀들과 대만 프로팀이 겨뤄볼 만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 주된 이유로 10~15년 전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와 일본프로야구(NPB)로 야구 유학 선수들이 대만으로 돌아온 것이 꼽혔다. 이미 프로 무대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과거 류중일(63) 감독은 2024 프리미어12 대회 당시 "대만은 유망주들을 외국에 다 보내버리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막는 실정"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대만 야구 유망주들은 예로부터 미국과 일본 팀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중남미 선수들과 비슷한 체격 조건을 지닌 아미족, 파이완족 등 원주민 출신 선수들은 긁어볼 만한 복권으로 통한다. 실제로 대만 프로야구 선수 중 20~30% 이상이 원주민 출신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B는 "대만 원주민들은 신체도 타고났다. 남미 선수를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투수로 치면 시속 150㎞의 공을 던지는 유망주들이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C는 "대만 선수들은 계약금을 신경 쓰지 않고 당장 야구를 할 수 있다면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면 계약금의 몇 배를 따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 그런 마인드에서 한국 선수들과 정말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도 그 부분에서 대만 유망주들을 더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코치와 연봉 수준이 높지 않은 대만 야구의 현실도 한몫했다. 그 결과 많은 대만 유망주가 해외 진출을 했고, 이따금 천웨인(은퇴), 쑹자하오(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한 스타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물론 대다수 선수가 1군 문턱을 밟지 못하고 돌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선수들이 국내로 돌아와 대만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수준을 조금씩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꾸준히 발전을 거듭한 결과 2024 프리미어12에서는 NPB 선수들이 주축이된 일본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마저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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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망주들이 해외 진출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실패 확률이다. 1994년 박찬호의 LA 다저스 진출 후 꽤 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그중 빅리그에서 수년간 뛴 선수는 김병현, 김선우, 추신수 등 일부에 불과했다. 반면 류현진의 성공을 시작으로 강정호, 오승환, 김하성 등 KBO 데뷔 후 메이저리그으로 향해도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학부모들과 유망주들도 직행에 회의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마야구 현장에서는 단순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어린 선수들이 실패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마주할 현실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현행 KBO 규약 제107조 제1항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 재학 선수'가 외국 프로구단과 계약할 경우, 국내 복귀 시 2년간 KBO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외국 구단과 계약한 신인 선수 모교에는 5년간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으로 이중 족쇄를 채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그 대상을 중학생으로 확대해 유망주 해외 유출을 더 틀어막았다.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억압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아닌 제한 범위를 넓히는 것이 오히려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C는 "사실 그렇게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구체적인 계약을 제시하는 한국 선수들이 매년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고교 감독 D는 "해외 진출을 왜 막는지 모르겠다. 선진 야구를 배우고 싶다면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 대만은 그런 제약 없이 다 풀어줬다. 그렇게 해외에 나가 좋은 환경에서 많은 걸 배우고 돌아왔고 그런 선수들이 이번 WBC에도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계속 유망주들이 유출된다고 하는데 어차피 그들도 우리나라에서 전체 1등할 정도의 선수가 아니면 데려가지도 않는다. KBO 리그로 간다고 모든 1라운드 선수가 바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메이저리그에 가서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위 라운드에 지명받았다고 스타가 안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망주와 자국 리그를 보호한다는 좋은 의도가 오히려 한국 야구를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코치 수준 향상, 인프라 확충, 주말리그 시스템 정비 등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님에도 유독 도전을 선택하는 유망주에만 책임을 돌리고 민감한 것도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고교 감독 D는 "우리나라는 유망주들이 해외로 나가면 2년 유예 규정이 있고, 학교에 지원금도 5년간 끊는다. 그러면 현장의 감독들도 당연히 선수들이 외국에 안 가길 바랄 수밖에 없다. 발전하지 말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도 차라리 이런 제약들을 푸는 것이 어떠냐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