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임에도 김서현(22·한화 이글스)이 타자와 제대로 승부도 펼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믿음의 야구'로 대표되는 김경문(58) 한화 감독도 이번에는 다른 자세를 보였다.
김서현은 1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팀이 5-1로 앞선 8회말 2사 1,2루에 등판해 46구를 던지며 1피안타 7사사구 3실점, 다 잡은 승리를 헌납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한 팀이 18개의 사사구를 내준 건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인데 마무리 투수가 8회 2사에 등판해 무려 7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승계 주자 실점 포함 5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무려 46구를 던졌는데 이 중 스트라이크로 기록된 건 단 18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40%를 넘기지 못했다.
이미 고교시절 최고 시속 153㎞ 빠른 공을 뿌리며 기대를 모았고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당히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은 1년 선배 문동주(23)와 같은 무려 5억원에 달했다. 2025년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국가대표 투수로 성장한 정우주(20)의 계약금도 같았지만 유독 커다란 부침에 시달리고 있다.
프로 입단 후 좀처럼 제구를 잡지 못하며 첫 시즌 1군에서 20경기만 소화한 김서현은 2년 차엔 제구를 잡기 위해 투구폼을 교정했는데, 오히려 구속 저하로 이어지며 해법을 찾지 못했다.

시즌 도중 김경문 감독이 부임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양상문 투수 코치와 김 감독은 김서현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도왔고 김서현은 그해 시즌 중반 이후 팀의 필승조로 발돋움했다.
자신감을 얻은 김서현은 지난 시즌은 마무리로 시작해 33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그러나 풀타임 시즌을 처음 치른 영향이었을까. 시즌 막판 크게 흔들렸고 이 여파는 가을야구까지 이어졌다.
올 시즌 들어서도 김서현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14일 경기에선 핵심 타선은 물론이고 하위타순을 상대로도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올 시즌 7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하며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은 9.00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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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타율은 여전히 0.227로 높지 않지만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무려 2.83으로 스스로 경기를 복잡하게 풀어가고 있다. 볼넷은 12개로 9이닝당 18개에 달한다. 도저히 마무리라고 믿기지 않는 기록이다.
8회 불안한 제구와 함께 3점을 내준 김서현에게 김 감독은 9회에도 기회를 맡겼다.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15일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작년은 충분히 참고 (김)서현이가 어려움을 겪고 이겨내는 장면이었다면 올해는 조금 (중심이) 서있어야 되는데 어제는 마치 처음 던지는 투수 같이 던졌다"며 "조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당분간 김서현이 마무리 자리를 잭 쿠싱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쿠싱은) 원래 부산에 가서 선발 등판하기로 했는데 어제 경기를 보고 난 다음에 '아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잭을 먼저 마무리로 두고 경기를 풀어가려고 한다"며 "야구는 항상 움직이니까 지금은 그렇게 해보고 만약에 더 잘 풀리면 그 다음에 생각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