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 모델의 부상 이탈에 토종 1선발 자리를 꿰찼다. 김광현(38)이 오랜 만에 동료들을 방문한 날 김건우(24·이상 SSG 랜더스)가 날아올랐다.
김건우는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7구를 던져 3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정의 홈런 2방을 비롯해 5점을 안겨줬고 8회부터 문승원이 2이닝을 깔끔히 막아줘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평균자책점(ERA)은 5.00에서 3.60까지 확 낮췄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가현초-동산중-제물포고를 거쳐 2021년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마지막 1차 지명자로 입단한 로컬보이 김건우는 1군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했고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수술 후 재활을 마친 뒤 2024년 팀에 복귀했다.
지난해 불펜에서 활약하던 김건우는 시즌 중반 이후부터 선발에서 활약하기 시작했고 특히 시즌 막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⅓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보여주며 올 시즌을 기대케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광현이 돌연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포스트 김광현' 김건우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이숭용 감독은 김건우에게 토종 1선발의 자리를 맡겼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승리(5이닝 2실점)를 챙겼던 김건우는 4일 롯데 자이언츠전 1⅓이닝 만에 4실점하고 강판됐지만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이날은 올 시즌 리그 최고 투수로 평가 받은 케일럽 보쉴리와 정면 대결을 펼쳤지만 오히려 압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신인 이강민을 선발 제외한 이유에 대해 "SSG 투수가 왼손인데 오른손에 극강이라고 하더라. 왼손을 치게 하고 체인지업이 워낙 좋다"며 "그런데 왼손 투수의 체인지업을 잘 못 따라가더라. 이 기회에 차라리 한 타임 쉬게해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89에 그쳤는데, 이날은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투구로 7이닝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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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쉴리가 5이닝 동안 91구를 던지펴 8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6탈삼진 4실점하며 4연승 뒤 시즌 첫 패배를 떠안으며 평균자책점(ERA)도 0.78에서 1.93에서 치솟았는데 김건우는 달랐다.
1회초 1사에서 볼넷과 안타를 허용해 1,3루 위기에 몰렸으나 장성우에게 과감한 몸쪽 커브를 뿌려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를 유도해 병살타로 실점 위기를 지웠다.
이후 4회까지 손쉽게 막아낸 김건우는 5회 다시 위기를 맞았다. 1사 1루에서 권동진의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와 내야수들 사이에 떨어졌는데 강현우가 타구 판단 실수로 인해 2루에서 아웃됐고 최원준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6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김건우는 90구를 던지고도 7회에 다시 등판했고 샘 힐리어드를 삼진, 오윤석을 3루수 땅볼, 대타 유준규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워 커리어 첫 7이닝 투구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첫 하이 퀄리티스타트(선발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를 작성했다.

최고 시속 146㎞을 찍은 직구를 38구 던졌고 슬라이더(27구)와 체인지업(22구), 커브(20구)를 고루 섞었다.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고 카운트를 잡으면서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모두 결정구로 활용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건우의 완벽한 호투와 활발한 공격으로 4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며 "마운드에서 선발 김건우가 1회 위기상황을 잘 넘기면서 7이닝을 완벽히 책임졌다. 선발로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건우는 "선발 투수로서 첫 시즌인데 모든 분들이 잘 도와주셔서 좋은 피칭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투수, 트레이닝 코치님, 전력분석 파트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며 "오늘 부모님께서 경기를 보러 오셨다. 던지고 나서 내려오면서 부모님 쪽을 봤는데 일어나셔서 박수를 치고 계셨다.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다행이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7회도 등판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6이닝을 채웠을 때 '됐다'라고 생각했었다. 코치님께서 괜찮냐고 하셨을때 저는 괜찮다고 했지만 점수가 더 나야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정 선배님께서 홈런을 쳐주셔서 7회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며 "7회에 2아웃을 잡고 덕아웃을 봤었다. 솔직히 2아웃 잡고 투구수가 많있던 상황이라 교체하실 줄 알았는데 아무 움직임이 없으셨다. 그래서 더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던졌고, 딱 7이닝을 채웠을때는 오히려 '됐다'라는 안도감이 더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전 일본에서 수술과 재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광현이 선수들을 위해 커피차와 푸드트럭을 선물로 보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오랜 만에 선수들과 인사도 나눴다. 김건우는 "선배님을 오랜만에 뵀다. 연락은 계속 드리고 있었는데 오늘 오셔서 잘하라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며 "그래서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으로 피칭을 했다"고 전했다.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3승을 챙겼다. 김건우는 "오랜 만에 많은 팬분들 앞에서 큰 함성 소리와 함께 피칭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많은 응원 보내주신 팬분들께 책임감 있는 모습, 계속해서 좋은 투구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