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스모계의 전설을 향한 비판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제자 폭행 사건으로 중징계를 받은 테루노후지 하루오(34)가 과거 유사 사례와 비교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형평성 논란이 일본 현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 매체 '데일리 신초'는 24일 "일본스모협회가 테루노후지에게 내린 2계급 강등 및 3개월간 감봉 10% 처분은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특히 이번 사건이 "테루노후지가 소속된 이세가하마 도장의 절대적인 권력 앞에 협회가 굴복한 결과"라며 각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했다.
몽골 태생의 테루노후지는 일본 스모 최고 계급인 요코즈나 출신이다. 현역 은퇴 후 테루노후지는 이세가하마 도장의 지도자로서 활동 중이다.
다만 테루노후지는 최근 제자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월 테루노후지가 후원자와 회식 자리에서 제자인 하쿠노후지를 일방적으로 때렸음을 시인했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테루노후지는 하쿠노후지가 후원자의 지인 여성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추태를 부리자 "몇 번이나 같은 짓을 반복하는 거냐"며 주먹과 손바닥으로 하쿠노후지의 뺨을 내려쳤다.
이에 스모협회는 테루노후지가 사건 직후 자진 신고한 점과 상습성이 없는 일회성 훈육이었다는 점을 참작해 팀 해체 등의 조치 대신 계급 강등 수준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현지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지 전문가 고바야시 노부야는 '데일리 신초'를 통해 "본인이 직접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닌 하쿠호는 방관 죄로 팀이 폐쇄되는 수모를 겪었는데, 제자를 직접 구타한 테루노후지가 더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제자들에게 상습 폭력을 가한 나카가와 오야카타 역시 팀 폐쇄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의 차이가 결국 팀 규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협회 관계자는 "하쿠호의 미야기노 도장은 세력이 약했지만, 현역 최다인 32명의 리키시(선수)를 거느린 이세가하마 도장은 협회 내 권력이 막강하다"며 "이들을 적으로 돌리면 선거 등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누구도 감히 대적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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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테루노후지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하쿠노후지가 과거에도 유사한 성추행 문제를 일으켰던 상습범이었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스승으로서 제자의 파렴치한 범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물리력 행사였다는 논리다. '야후 재팬' 등에 따르면 현지 여론 역시 "하쿠노후지가 맞을 짓을 했다"는 동정론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결국 이번 사태는 스모협회가 2018년 선언한 폭력 결별 의지가 조직 내부의 권력 지형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 됐다. '데일리 신초'는 "협회가 일회성 폭력이나 자진 신고만 하면 눈감아준다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