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운 9번 타자 권동진(28)이 득점권 맹활약의 이유로 최원준(29·이상 KT 위즈)을 꼽았다.
올해로 프로 6년 차를 맞이한 권동진은 KT를 상대하는 팀들에 있어 공포의 9번 타자로 불린다. 정규시즌 57경기 타율 0.313(99타수 31안타) 1홈런 19타점 2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89에 달하는 시즌 성적도 성적이지만, 타율 0.313에 달하는 득점권에서의 모습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KT의 기적적인 역전승에도 권동진이 자리했다. 지난 13일 2-7로 지고 있던 경기를 8회 7득점 빅이닝으로 11-9로 뒤집은 수원 NC 다이노스전도 그랬다. 당시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권동진은 풀카운트 끝에 임지민의 7구째 직구를 통타해 좌월 솔로포를 쳤다. 이 점수를 시작으로 KT는 무려 5점 차 경기를 뒤집었다.
2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도 비슷했다. KT는 9회초까지 4-9로 지고 있어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샘 힐리어드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김민혁이 12구 승부 끝에 만든 우익수 방면 2루타, 류현인이 볼넷, 오윤석이 좌전 안타를 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안치영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 뒤 권동진이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KT는 한 점 차까지 따라갔다. 투수의 머리를 넘고 유격수 옆을 살짝 스치는 강한 타구였다. 경기 후 힐리어드는 이때를 KT가 승기를 잡은 결정적인 장면이라 했다. 이후 안현민의 동점 적시타, 힐리어드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21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권동진은 "무사 만루라 내가 삼진을 당하면 뒤 타자가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했다. 병살타는 잘 안 친다는 자신이 있었고 최대한 빠른 카운트에 결과를 내려 했다. 운 좋게 안타가 됐는데 선수로서 말도 못 할 벅찬 감동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동진은 꼭 필요한 순간 빛난다. 5점 차 이상 나는 경기에선 타율 0.222에 그치지만, 3점 차 이내 타율 0.369, 2점 차 이내 0.392, 1점 차 이내에선 무려 0.444까지 타율이 치솟는다. 이러니 상대 팀도 9번 타자라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

그 비결로 권동진은 1번타자 최원준의 존재감을 꼽았다. 권동진은 "아무래도 1번 타자(최원준)가 너무 상위 클래스라 상대 입장에선 당연히 9번 타순에 승부하는게 맞다. (최)원준이 형, (김)현수 선배 등 우리 팀 상위 타자들이 너무 좋아서 나는 기회를 이어주려고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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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원준이 형도 내게 계속 그 얘길 한다. 어차피 자신한테는 승부 안 하려고 하니까 그냥 네가 적극적으로 앞에서 해결하라고 한다. 이렇게 얘기해줘서 난 실행에 옮긴 것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란다고 실제로 결과를 내는 건 쉽지 않다. 권동진 본인의 타격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권동진도 제주신광초-세광중-세광고-원광대 졸업 후 2021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5순위로 입단할 만큼 타격 재능을 인정받던 선수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제대 후 지난해 첫 풀타임 기회를 얻었다. 올해는 백업으로 시작했다가 끝내 타격으로 주전을 되찾을 케이스다. 권동진은 "내가 경기에 나가고 안 나가고는 감독님이 선택하시는 거라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불평불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라며 "지난해 잘됐을 때 너무 들떴던 느낌이 있어 스스로 억제하고 있다. 또 그렇다고 너무 다운되지 않으려고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최원준을 언급했다. 권동진이 일병 때 최원준이 병장으로 두 사람은 상무 시절 전우였다. 그랬다가 최원준이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48억 원 FA 계약으로 KT에 합류하면서 다시 만났다. 권동진은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유로 "(최)원준이 형과 계속 루틴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타석에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초구든 언제든 최대한 내 카운트에 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 시절 상무 동기들에게 최원준은 일타 강사로 통했다. 워낙 야구에 진심인 데다 동료들과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는 걸 즐긴다. 권동진도 그 도움을 받은 선수 중 하나였다. KT에서도 그 성격은 어디 안 가서 그라운드 안팎에서 영향력은 상당하다.
권동진은 "(최)원준이 형이 상무 시절부터 조언을 많이 해줬다. 어릴 때부터 주전으로 많이 나온 형이라 상무 시절 친구들보다 훨씬 경험도 많았다. 또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거기에 원준이 형 성격이 워낙 남들한테 조언을 잘해주는 스타일이라 그 말을 잘 듣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