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에 일어나 공장으로 향하던 4부리그 공격수가 이제는 독일 축구의 월드컵 영웅으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데니스 운다브(30·슈투트가르트)다.
독일은 2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독일은 2전 전승(승점 6)을 기록, 조별리그 최종전 에콰도르전 결과와 상관없이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독일은 1차전 퀴라소전에서도 7-1 대승을 거뒀다.
히어로는 운다브였다. 독일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25분 교체 투입된 운다브는 불과 8분 만에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4분에는 극적인 역전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팀 동료 펠릭스 은메차(도르트문트)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왼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 운다브는 1차전 퀴라소전에서도 월드컵 데뷔골을 기록했다. 월드컵 첫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한 독일 선수는 2002 한일월드컵 '레전드' 미로슬라프 클로제 이후 운다브가 처음이다.
덕분에 독일은 12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로이터통신도 "운다브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막판 맹활약을 펼쳐 독일을 구해냈고, 독일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토너먼트에 올려놓았다"면서 "운다브는 선발 출전을 요구할 만한 강력한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이번 멀티골뿐만 아니라 최근 독일 대표팀 8경기에서 9골을 넣는 놀라운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도 운다브의 선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겔스만 감독은 경기 후 "어쩌면 다음 경기에서 그가 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커로 출발한 운다브가 이제는 독일의 선발 공격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사실 운다브는 여러 굴곡을 겪은 선수다. 어린 시절부터 좌절이 적지 않았다. 독일 베르더 브레멘 유스 출신인 그는 신체 조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운다브는 2022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14살 때 브레멘은 내가 너무 작아서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때 내 가슴은 무너졌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운다브는 실제로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버텨 끝내 인생역전을 이뤄냈다. 독일 4부리그 TSV 하벨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시절에는 한 달 월급이 225파운드(약 40만 원)에 불과했다. 축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그는 인근 공장에서 레이저 기계 조작원으로 하루 8시간씩 일해야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공장으로 향했고, 훈련까지 마친 뒤 밤 8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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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벨제 디렉터 마티아스 림바흐는 영국 디 애슬레틱을 통해 "운다브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가족의 지원을 받아야 했다. 우리 클럽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데니스 같은 선수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그가 훌륭한 득점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하벨제에서 계속 뛰어달라고 열심히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림바흐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운다브는 하벨제에서 첫 풀타임 시즌 16골, 다음 시즌 21골을 터뜨리며 서서히 재능을 드러냈다. 이후 독일 3부리그 SV 메펜으로 팀을 옮겼고, 벨기에 위니옹 생질루아즈를 거쳐 2022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잉글랜드)으로 이적하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브라이튼 생활이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다브는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한 뒤 다시 폭발했다. 2025~2026시즌 리그 29경기에서 19골 6도움을 몰아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슈투트가르트도 리그 4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운다브의 상승세는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독일의 32강 진출을 이끌었다. 한때 "키가 작아 미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새벽 4시에 공장으로 향하던 4부리그 공격수는 이제 독일 축구의 월드컵 영웅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