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민성 감독이 사령탑 취임 당시 공언했던 첫 다짐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을 선발하며 스스로 배수의 진을 쳤다. 실력이 출중한 미필 유망주들을 외면한 채 이미 병역 의무를 마친 군필 선수들을 대거 승선시키는 모순된 선택을 감행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민성 감독은 과거 U-23 대표팀 사령탑 취임식 당시 "동기부여를 갖고 선수를 위해서라도 내 한 몸이 부숴지더라도 선수들을 군면제 시키고 싶은 게 꿈이고 바람이다"라며 "그 이후에 홍명보 감독님이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는데, 그 이상을 바라보는 게 제 꿈이자 바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력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지닌 병역 혜택의 가치와 이를 통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령탑의 발언이었다.
이토록 호기롭던 다짐과 달리, 이민성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임기를 조기에 마칠 예정이다. 당초 임기는 2028 LA 올림픽까지였지만, 심각한 경기력 부진과 성적 저하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5월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별도로 분리하는 투트랙 체제를 결정했고,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김은중 감독을 신임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오는 9월 중순부터 진행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야 하는 이민성 감독은 대회 전부터 배수의 진을 쳤다. 이 감독은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23명)에 골키퍼 김준홍(수원 삼성)을 비롯해 공격수 이영준(그라스호퍼 클럽), 미드필더 이승원(강원FC) 등 이미 김천 상무를 통해 군 복무를 마친 군필 선수를 3명이나 포함시켰다.
특히 이승원의 경우 올 시즌 소속팀에서 선발 출전이 2경기에 그칠 정도로 입지가 줄어든 상태임에도 발탁되어, 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미필 자원들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감독의 과감한 배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재 해외 무대에서 성장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받는 윤도영(마그데부르크)과 김민수(지로나)가 명단에서 나란히 제외됐다. 더욱이 성인 월드컵 대표팀에까지 뽑혔던 이중국적자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마저 끝내 낙마했다. 독일 태생인 카스트로프는 현재 국내 체류 기간과 영리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어, 이번 대회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아 자유롭게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치게 됐다. 여기에 최근 K리그1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던 서재민(인천 유나이티드)과 손정범(FC서울) 등 검증된 미필 자원들까지 외면당했다.

물론 이번 최종명단에는 배준호(스토크 시티)와 양민혁(토트넘),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 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유럽파가 역대 최다인 9명이나 합류하며 화려한 진용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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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역대 최다 유럽파 멤버를 보유하고도 이민성호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팽배하다. 무엇보다 최근 대표팀의 성적이 처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끈 한국 U-23 대표팀은 지난 1년 간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호주에 1무 1패에 그쳤고, 사우디아라비아엔 2연패를 당했다. 중국에도 0-2로 졌고, 최근 태국 전지훈련에서는 FIFA 랭킹 106위인 약체 키르기스스탄에마저 패배했다. 당시 상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무기력하게 패배를 면치 못했던 경기력은 큰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불안한 경기력 속에서 병역 혜택이 절실한 유망주들을 대거 제외한 이 감독의 선택은 향후 차세대 손흥민(LA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이 나오지 못할 우려로 이어진다.

한국은 지난 2014년 인천 대회부터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김민재, 이강인 등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유럽 빅리그 무대에서 커리어를 거침없이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 아시안게임은 단순한 대회를 넘어 한국 축구의 자산들을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게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내 한 몸 부서지더라도 병역 혜택을 주겠다던 호기롭던 다짐은 간데없고, 이해하기 힘든 군필 선수의 이례적 발탁과 핵심 유망주 배제로 배수의 진을 친 이민성 감독이다. 만약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할 경우, 미필 선수들의 미래를 가로막았다는 비판과 함께 감독 본인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