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도전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왔던 박지현(LA 스파크스). 이제는 그 자신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선수가 됐다.
박지현은 14일(한국시간) 스타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WNBA 도전 과정과 새로운 무대에서 느낀 점, 팀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인 박지현에게 WNBA는 오랫동안 품어온 목표였다. 국내 WKBL에서 정상급 가드로 활약한 뒤 2024년 해외 도전을 선택했다. 호주 NBL1 뱅크스타운을 시작으로 토코마나와 퀸즈(뉴질랜드), 아줄마리노 마요르카 팔마(스페인) 등을 거쳤고, 올해 LA 스파크스 유니폼을 입으며 마침내 WNBA에 입성했다.
정선민(2003년), 박지수(201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WNBA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가 됐다.
박지현은 "WNBA는 저의 최종 목표였고 꿈이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벅찼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꿈의 무대에 도착하자 또 다른 출발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를 돌며 다양한 농구를 경험했지만 미국은 농구 문화부터 훈련 시스템, 경기 환경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매일 경쟁하면서 새롭게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그는 "문화도 다르고 관중 수나 훈련 시스템도 다르다. 최고의 수준인 선수들이 모인 무대인 만큼 배울 것이 많다.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훈련에서부터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 역시 넘어야 할 과제였다. 박지현은 "모든 면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언어 실력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술과 팀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남들이 한 번 할 때 저는 세 번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미국은 환경이 좋기 때문에 나태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계속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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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서도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WNBA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히며 배우겠다는 생각이 컸다. 이제는 단순히 경험을 쌓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하면 팀에 실질적인 힘을 보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박지현은 "처음에는 부딪히면서 배우자는 느낌이 강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무대에서 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비에서 맡는 임무도 만만치 않다. 그는 "제가 상대 에이스를 맡을 때가 많다. 같은 포지션 선수들도 스피드와 판단력이 뛰어나다. 그 선수들을 상대하고 공부하다 보니 성장한 것 같다"며 "그동안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공격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공격에서도 기록을 쌓고 팀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격에서도 조금씩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박지현은 지난 3일 포틀랜드와 원정경기에서 약 18분을 뛰며 12득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로 맹활약했다. 3점슛 2개를 터뜨렸고, 야투 7개 가운데 5개를 성공해 71.4%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 활약이 돋보였다. 전체 12득점 가운데 8점을 마지막 쿼터에 몰아넣었고, 이때 시도한 야투 3개를 모두 림에 꽂았다.
당시 미국 LA 지역 매체 '실버 스크린 앤드 롤'은 박지현에 대해 "눈부신 4쿼터를 보냈다"며 최고 수준인 '평점 A'를 부여했다.
코트 밖에서도 WNBA 선수로서 이전과 다른 경험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커뮤니티 행사에 참가해 어린 선수들과 농구를 함께했다. WKBL 레전드 출신 김정은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지현은 "너무 좋은 취지의 행사였고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 축구의 슈퍼스타 손흥민(LAFC)과 특별한 추억도 만들었다. 지난달 23일 LAFC 홈경기를 찾은 박지현은 경기 후 손흥민과 만나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는 "월드컵을 통해 축구를 보기는 했지만, 손흥민 선수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직접 보고 나서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며 "경기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받았고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손흥민도 LA에서 활약 중인 한국 여자농구 스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박지현은 "손흥민 선수와 인사를 나눴는데 스파크스 경기에 초대해달라면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제가 스파크스에서 뛰고 있다는 것도 알고 계셨다"고 웃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하루하루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박지현에게 힘을 준 또 한 명의 한국 선수가 있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입성을 향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현중이다.
이현중은 지난 시즌 일본 B리그 나가사키 벨카의 구단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뒤 샌안토니오 소속으로 NBA 서머리그에서 활약했다. 현재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보스턴 셀틱스 미니캠프에 초청받아 투웨이 계약을 통한 NBA 입성에 도전하고 있다. 8일부터 13일까지 뉴올리언스 미니캠프를 소화한 뒤 16일부터 20일까지 보스턴 미니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앞서 이현중은 두 차례 NBA 서머리그에 참가했으나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호주와 일본에서 우승을 경험한 뒤 올 여름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현중은 여러 좌절에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제 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현중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 꿈이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지현은 자신보다 먼저 낯선 환경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온 이현중을 바라보며 힘든 순간을 견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사실 저도 현중이를 보면서 WNBA 꿈을 키웠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현중이를 봤다"며 "제가 지금은 여기에 있지만, 이현중의 도전과 그 과정을 응원했다. 현중이도 이를 알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저처럼 생각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최선을 다한다면 NBA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중이가 NBA에 갔으면 좋겠고 저도 응원하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WNBA 진출로 모든 목표가 끝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에 와서 새로운 목표들이 생겼다.
박지현은 "WNBA가 최종 목표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 오니 더 많은 목표와 계획이 생겼다"며 "최대한 오랫동안 WNBA에서 뛰며 성장하고 싶다. 미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많지 않으니 한국 농구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중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던 박지현도 어느새 또 다른 누군가가 바라보는 선수가 됐다. 그는 "이전에는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WNBA에 왔고, 지금은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아이콘이 됐으면 한다.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바랐다.
이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덕분에 시즌을 치르면서 더욱 감사한 순간들이 생긴다"며 "스파크스 동료들도 '너를 응원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고 놀라워한다.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못 드릴 정도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