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손찬익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바람의 손자’ 이정후(외야수)에게 기대했던 ‘천장’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일까. 현지 매체가 이정후의 올 시즌 활약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장기적인 가치에 물음표를 던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식을 다루는 ‘어라운드 더 포그혼’은 4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의 잠재력은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했던 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정후의 올 시즌 활약을 분석했다.
이 매체는 먼저 “샌프란시스코의 문제가 한 선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구단은 이정후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 지금까지 이정후는 뛰어나다기보다 괜찮은 수준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기록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이정후는 올 시즌 517타석에서 타율 2할8푼5리, 출루율 3할2푼9리, 장타율 4할1푼5리(OPS .744)를 기록 중이다. 9홈런 50타점 62득점에 wRC 107을 기록했다. 볼넷 비율은 5.0%, 삼진 비율은 9.7%, 순수장타율(ISO)은 .129다.
주루에서도 장점을 보여줬다. 13차례 도루를 시도해 12번 성공했다. 이 매체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뛸 여지는 있다”고 바라봤다.
문제는 종합적인 기여도다. 이정후의 fWAR은 1.3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야수 141명 가운데 108위에 해당한다.
이 매체는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을 때 기대했던 가치는 이런 수준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수비 지표도 이정후의 가치를 깎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경기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각종 수비 지표에서는 여전히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다만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서 시즌 절반을 소화하는 환경이 수비 지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무엇보다 ‘어라운드 더 포그혼’이 문제로 꼽은 건 타격의 기복이다. 올 시즌 이정후의 타격 흐름은 극과 극이었다. 5월 1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시작하기 전까지 175타석에서 OPS .685를 기록했다. 이후 1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동안에는 75타석에서 무려 1.159의 OPS를 찍으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6월 중순 연속 안타 행진이 끝난 뒤 다시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이후 267타석에서 OPS .662에 머물고 있다.
독자들의 PICK!
지난해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이정후는 2025년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216타석에서 OPS .586에 그치는 긴 부진을 겪었다.
이 매체는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아직 이정후라는 선수를 알아가는 중이다. 이정후가 엘리트 수준의 콘택트 능력을 갖췄고 방망이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좋은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도 올 시즌 다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약점 역시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후는 많은 홈런을 때리는 타자가 아니고 볼넷도 많지 않다. 타율이 공격 생산성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쩌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타율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 한 약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정후는 올 시즌 좌완 투수를 상대로 159타석에서 OPS .656을 기록했다. 통산 좌완 상대 OPS .630보다는 나아졌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 매체는 이정후에게 플래툰 파트너를 붙인다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자이언츠가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기용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결국 이정후의 가장 큰 숙제는 꾸준함이다. 한동안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처럼 활약하다가도 긴 슬럼프에 빠지면 공격에서 별다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정후의 미래를 두고 더욱 의미심장한 전망을 내놓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정후를 다른 팀으로 보내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매체는 “어쩌면 오프시즌에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주제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정후가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주전 선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의 성장 가능성의 상한선은 샌프란시스코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낮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6년 1억13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던 이정후. 정교한 콘택트 능력과 높은 타율이라는 확실한 장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장타력과 출루 능력, 좌완 상대 성적 그리고 긴 슬럼프를 최소화하는 꾸준함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현지에서는 이제 단순히 ‘좋은 선수인가’를 넘어 ‘1억1300만 달러의 기대치에 걸맞은 선수인가’라는 보다 냉정한 잣대로 이정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